[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키 작은 차, 보험료 더 내라고?

입력 2019-02-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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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자동차 보험 규정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2300만 대를 넘어섰다. 인구 2.2명당 1대꼴이다. 전년 대비 67만4000대(약 3.0%) 늘어난 규모인데 2000만 대(2014년)까지 가파르게 늘어난 이후 증가세는 둔화했다. 산업 수요를 감안했을 때 10년 후 2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차는 2103만 대(90.6%), 수입차는 217만 대(9.4%)다. 2004년 1%에 불과했던 수입차는 매년 늘어나 이제 두 자릿수를 겨냥하고 있다.

이들 모두 자동차 보험을 의무적으로 갖고 있다. 전체 차 보험 시장 규모는 13조 원에 육박한다. 손해보험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개 손보사는 3분기 누적 2104억 원 적자를 냈는데, 전년 같은 기간(2437억 원 흑자)과 비교하면 4541억 원 실적이 악화했다. 손익의 핵심 요소인 손해율이 상승한 탓이다.

◇차 높이 1400㎜ 기준으로 보험료 최대 30% 차이 = 자동차 보험을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비합리성 때문이다. 우리가 내는 자동차 보험료는 차종마다, 운전자마다 다르다. 용도에 따라서도 차등 기준이 있다. 사고 경력이 너무 많아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이름도 낯선 외국계 손해보험사를 찾아 자동차 특약 형태로 가입해야 한다.

자동차 보험 가운데 자차보험 할증은 차의 부품가격과 수리비, 정비공임 등을 따져 손상성과 위험성을 산정해 적용한다. 상대적으로 부품단가와 수리비가 비싼 차는 등급을 따로 만들어 할증 대상에 포함한다. 수입차의 경우 폭스바겐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랜드로버는 메르세데스-벤츠나 포르쉐보다 보험료가 비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맞춤정장이 아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기성복처럼 산정 기준을 맞추다 보니 일부 개선점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포츠카 할증’이다.

‘손해율’이란 가입자로부터 걷은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불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스포츠카나 젊은층이 좋아하는 고성능차의 경우 다른 차에 비해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손해율이 높으니 이를 반영해 해당 차종은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손보협회가 밝힌 ‘스포츠카 요건을 갖춘 차량’을 보면 먼저 △양문형 승하차도어(2도어) △개폐형 승객석(컨버터블)이 여기에 해당한다. 차 높이 1400㎜ 미만의 경우도 스포츠카로 분류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차종은 국산차 가운데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전고 1385㎜)가 대표적이다. 한때 앞바퀴굴림 2도어 쿠페 투스카니(1335㎜) 역시 같은 할증을 적용받았다.

◇스포츠카 할증 비켜간 고성능 벨로스터와 스팅어 = 요즘은 이들보다 차고 넘치는 고성능을 지녔지만 오히려 스포츠카 할증을 피해 가는 차종도 존재한다.

현대차 벨로스터는 1세대부터 스포티를 강조했다. 지난해 등장한 2세대는 1.4와 1.6터보를 더해 스포츠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2.0 터보(벨로스터N)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 내놔도 모자람이 없는 고성능 차량이다. 하지만 벨로스터는 스포츠카로 분류되지 않는다. 일단 기준점인 차 높이 1400㎜를 정확하게 맞춰 스포츠카 할증을 피했다. 해치백 스타일이지만 비대칭(1+2도어) 타입의 3도어를 지녀 이 기준도 피했다.

벨로스터의 차 높이를 우연히 1400㎜에 맞춘 것은 아니다. 기아차가 스포츠 세단을 지향해 내놓은 스팅어 역시 차고가 1400㎜다. 이쯤 되면 선행 개발 때부터 메이커의 의도한 바(차 높이)가 스며들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단순한 숫자와 차 형태만 놓고 스포츠카로 분류하고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는 현재 제도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운전 습관 증명하고 안전장비 많아도 할인 = 최근에는 다양한 특약을 내세워 보험사별로 경쟁이 심해졌다. 실제 운전 습관을 보험사가 확인할 수 있는 기술들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보험료율을 책정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억울하게 스포츠카 할증을 냈다면 다른 방법으로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도 있다.

예컨대 △자녀 할인 △마일리지 할인 △대중교통 이용 할인 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를 태울 경우 보다 안전운전 가능성이 큰 만큼 보험사가 일부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마일리지 할인은 가입 기간 차 운행이 적은 만큼 사고 가능성이 줄어드니 보험료를 깎아 주는 방식이다.

대중교통 할인도 등장했다. 교통카드를 이용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고스란히 이용 노선과 시간, 횟수 등이 기록으로 남는다. 이를 증명하면 보험사가 이를 수용해 최대 8%까지 할인해 준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보험료를 할인받는 방식도 도입됐다. 예컨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할 경우 목적지까지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 등이 나오는데 급가속과 급출발 등 운전자의 안전운전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일부 앱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안전운전 점수롤 부여하는데 보험사가 이 점수를 활용하고 있다.

평균 500㎞ 이상 내비게이션 앱을 바탕으로 안전운전이 증명되면 이를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할인율은 최대 10% 수준이다.

안전장비가 많은 차의 보험료도 더 싸질 전망이다. 최근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스마트 정속주행장치’ △장애물을 감지하고 차를 세우는 ‘긴급제동 시스템’ △스스로 차선을 따라 달리는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운전 보조 장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이런 안전장비가 추가된 차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더 깎아주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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