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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재 수출 금지” 현실화 땐 반도체 ‘설상가상’
입력 2019-01-21 19:03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일이 발생했다.

일본에서 A사의 불화수소(불산 플루오르화수소·이하 불산) 수출 건이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이다.

A사는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사용되는 불산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해 왔다.

불산은 전략물자다. 수출·수입을 위해서는 일본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 건이 거절당한 이유가 불명확했지만 불산을 독과점하고 있는 일본의 위력을 느끼게 해준 사례였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논란 등을 놓고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반도체업계가 사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의 하나로 불산 등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21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실제로 이뤄진다면 국내 반도체 업체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금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사용되는 불산은 높은 순도가 필요해 스텔라, 모리타 같은 일본 기업이 대부분 생산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역시 고순도 불산의 90% 이상을 일본에서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독점인 셈이다.

일단 일본이 전격적으로 불산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는 점친다. 일본이 자국 업체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일본 업체와 장기 계약을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수출 중단 시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일본 외에도 불산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산 수출 중단이 현실로 나타나도 바로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도체 소재뿐만 아니라 장비 역시 일본 등 해외 의존도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 국산화율은 20% 수준이다. 10년 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수치다.

2000년대 들어 장비 국산화에 민간 기업과 정부가 힘을 쏟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체 상태가 계속됐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결국 이 같은 일본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소재 및 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본의 경우 반도체 사업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소재·재료·장비 사업을 함께 시작했다”며 “그 원천 기술과 노하우를 우리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산업연구팀 연구위원도 “한국은 이 시장(소재·장비)에 과감히 투자해 일본을 따라잡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의 실적에 취해 있게 된다면, 향후 2~3년 이내에 반도체 산업마저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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