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의 채찍과 당근

입력 2019-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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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욱 금융부 기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의 수행을 통해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금융 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

금융감독원이 내건 설립목적이다. 금감원은 설립목적 그대로 대한민국 금융회사를 감독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금감원의 감독은 금융사를 향한 채찍질인 셈이다.

금감원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금융사가 잘한 일에 대해서도 지적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금감원은 몇몇 카드사를 상대로 경영 유의 조치와 과태료 부과 제재를 결정했다. 언뜻 읽어봐선 이들 카드사가 전부 다 잘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영 유의 조치를 받은 한 카드사에 물어보니 반전이 있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경영 유의 조치를 받은 분야는 재작년보다 오히려 등급이 올랐다”며 “일부 개선사항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100점’이 아니다 보니 경영 유의 조치가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작년 금감원 지적을 받고 개선 노력을 거쳐 실제로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돌아온 건 칭찬이 아닌 경영 유의 조치였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과태료 등의 제재가 아닌 유의 조치를 내린 것이 금융사에 ‘당근’을 쥐여준 것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의 시대는 지났다. 모든 금융사를 금감원 한 곳에서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금융사를 감시하는 ‘감시자’에서 벗어나 함께 호흡하는 ‘리더’로 변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어느 베스트셀러의 제목처럼 금감원도 채찍 대신 당근을 들 때다. 범고래는 다른 고래를 사냥할 정도로 사납고 크기는 최대 10m, 몸무게는 10톤까지 자라는 포식자다. 하지만, 범고래 조련사는 범고래가 좋은 행동을 하면 칭찬하는 방식으로 유대감을 쌓는다. 2m 남짓한 조련사가 10m짜리 맹수를 공중제비 넘도록 하는 비결이다. 금감원이 노련한 조련법을 익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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