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사라지는 소형차, 한국서도 외면

입력 2019-01-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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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량 5년 새 83% 감소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첫 차로 인기를 모았던 2만 달러 이하 소형차가 사라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 새 소형차 판매가 무려 83% 감소했다.

소형 SUV가 이 시장 수요를 잠식하는 한편, 안전기준 강화에 따라 소형차 가격이 이전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도 유지비가 저렴한 소형차에는 철퇴나 다름없었다.

15일 자동차산업협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경차 및 소형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기량 1000cc 미만 경차는 5년 새 판매가 38% 줄었다. 2014년 18만6702대에 달했던 경차 판매는 지난해 11만5649대 수준에 머물렀다.

감소 폭은 소형차가 더 컸다. 경차와 준중형차 사이를 메워온 이들이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2018년 단종) △쉐보레 아베오 등이다. 같은 기간 이들의 판매는 80% 넘게 감소했다.

2014년 2만3206대에 달했던 현대차 엑센트 판매는 지난해 5698대로 급감했다. 1만 대에 육박했던 기아차 프라이드 역시 월 200대 수준을 힘겹게 유지하다 결국 지난해 단종했다. 쉐보레 아베오 역시 작년 한국지엠 사태를 겪으면서 고작

356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14년 총 3만6234대에 달했던 전체 소형차 판매는 지난해 6054대로 무려 83%나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 시장이 붕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북미 소형차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여러 차종이 단종 수순에 접어들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대배기량 세단과 덩치 큰 SUV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소형차 판매가 급감하자 북미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잇따라 소형차를 단종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사회초년생의 첫차가 경차 또는 소형차가 아닌 ‘준중형차’에서 시작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값싼 소형차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2010년대 초, 리먼쇼크 이후 리터당 2000원에 육박했던 휘발유 단가가 최근 1500원 미만으로 내려왔다. 기름값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소형차의 매력이었던 값싼 유지비에 대한 매력은 그만큼 반감했다.

강화된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도 시장을 위축시켰다. 자동차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경차와 소형차도 에어백과 ABS 등을 의무로 장착해야 한다.

자연스레 차 가격이 윗급 준중형차에 버금갈 만큼 비싸졌다. 여기에 가격대가 비슷한 소형 SUV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에게 시장 수요 일부를 빼앗아간 것도 판매 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안전기준이 강화되면서 갖가지 장비가 추가됐고 소형차 가격이 준중형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인상됐다”며 “준중형차와 중형차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면서 값싼 유지비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값싼 유지비가 더 이상 소형차의 구매력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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