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배터리 부족해도 괜찮아 ‘충전 차선’ 달리는 미래차

입력 2019-01-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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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자율주행 출근길

▲BMW가 CES 2019를 통해 선보인 디지털 콕핏. 전면 유리를 통해 다중 화상통화가 가능하다. (사진제공 BMW그룹AG)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19’는 우리에게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나아가 미래 기술에 대한 가능성도 내비쳤다.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그래서 지향점을 알 수 없었던 미래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온 셈이다. 그래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2019년 CES에 등장한 신기술을 들고 2029년으로.

◇출근 준비하며 전기차 자동충전 지시 = 2029년 1월 어느 날 아침. 여전히 바깥 날씨는 차갑다. 요즘 시대는 늦잠을 자거나 지각할 일이 별로 없다. 방 한가운데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비서가 알람을 대신한다. 낭랑한 목소리로 오늘 일정을 읊어주고 날씨와 주요 뉴스까지 알려준다. 기상 때 편안한 음악을 골라서 들려주기도 한다.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인공지능 비서에게 물었다. “전기차 충전 상태 체크해줘” 잠시 뒤 “충전상태 62%”라는 답변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갤럭시 홈’ 서비스인데 집안에서 자동차를 컨트롤할 수 있고, 현재 상태 등을 알려준다.

오늘 일정을 보니 전기차 충전 상태가 아슬아슬하다. 오전에 충남 세종시에 기자간담회를 다녀와야 한다. 세종시까지 왕복할 만큼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모른다. 동료 여럿을 태우고 함께 이동해야 한다. 경로가 늘어나고 주행 상황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

혹시 몰라 AI비서에게 “자동 충전”을 주문한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일반 주차공간에 머물러 있던, 나의 똘똘한 전기차는 스스로 천천히 이동해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곧 알아서 충전한다.

충전을 100% 마치면 다른 전기차를 위해 공간도 비워준다. 2018년에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기술인데 10년이 지난 요즘은 일반화됐다. 참 신기하고 기특하다.

2029년이 되니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국내 보유 대수도 800만 대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연기관 자동차가 절반 이상이다. 주차장의 절반은 아직 전기차 충전기가 없는 일반 주차장이라는 의미다.

▲현대차가 CES를 통해 선보인 증강현실 인포메이션. 단순한 주행경로를 표시하는 단계를 넘어서 3D 방식을 도입했다.
◇도로 바닥에 깔린 전기차 충전기로 주행 중 무선충전 = 전기차 대중화가 시작됐던 2020년대 초. 가장 큰 문제는 겨울철 차량 난방이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냉방이나 난방이 필요하면 모두 전기 배터리를 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하는데 전기차를 타면서 히터를 켜면 배터리 소모가 급격하게 빨라진다. 자연스레 총주행 거리도 줄어든다. 결국 해결 방안은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유일하다. 2029년이 됐지만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짐을 챙기면서 ‘삼성 갤럭시 홈’에게 명령을 내린다. “차에 히터 좀 미리 켜줘! 날이 차갑네.”

◇차 앞 유리 통해 여러 명과 화상통화 = ‘카풀’을 위해 동료들을 한 명씩 태우러 이동하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고 영상통화를 시도하자 차 앞 유리에 여러 명의 얼굴이 투영된다. 예전 같았으면 단체 메시지 방에 출발 사실을 알렸거나 하나하나 전화를 돌렸을 텐데. 참 좋아진 세상이다.

일행을 모두 태우고 세종시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편도 6차선의 오른쪽 한편에 전기차들이 줄지어 달리는 중이다. 이들은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굳이 하위 차선을 고집하고 있다. 미처 집에서 충전을 100% 채우지 못한 전기차들이다.

이들은 하위 차선에 마련된 ‘충전 차로’를 달리고 있는데 도로 아래에 깔린 충전기를 통해 무선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충전이 부족한 전기차에 유용한 기술이지만 요즘 불만이 많다. 달리면서 충전하는 탓에 “충전 속도가 느려 터졌다”는 불만이 많다. 정부가 이런 것은 좀 감안해줬으면 좋겠는데….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자동 발렛파킹 기능. 차에서 내려 스마트폰으로 설정하면 차가 주차장 빈공간을 찾아들어간다. 물론 다시 볼러올 수도 있다. (그래픽 현대차그룹)
◇ 차 천장에서 롤러블TV 화면 스르륵=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본격적인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시작된다. 요즘 자율주행은 레벨4 수준이다. 애초에 핸들(스티어링 휠)조차 달리지 않은, 레벨5 수준의 자율차도 요즘 등장했단다. 그런데 아직 가격이 비싸다. 당분간 레벨4에 익숙해지면서 나 스스로를 달랠 참이다. 몇 년후 레벨5 자율차도 일반화되겠지.

자율주행이 시작되자 앞유리에 증강현실(AR) 화면이 뜬다. 전방 도로 상황은 물론 현재 속도와 내비게이션 등이 두둥실 떠 있다. 2019년 CES에 현대기아차가 공개한 기술이다. 커오던 시절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는 이런 화면을 보려면 3D 안경을 썼어야 했다.

그 순간. 뒷자리 동료들이 무료함에 하품을 뿜어댄다. 차 안에 다양한 기술이 담겼는데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음성 명령 하나로 차 천장에서 스르륵 화면이 내려온다. 돌돌 말려있던 TV모니터가 1열과 2열 사이로 내려오며 커다란 화면으로 변했다. 2019년에 LG전자가 처음 선보였다는데 당시에는 ‘롤러블TV’라고 불렀다고 한다. 애초 가정용 TV에서 시작한 롤러블TV는 이제 자동차 안까지 스며들었다.

2029년. 자동차를 중심으로 변화한 우리 시대는 인간이 신(神)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데우스’ 시대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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