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GREAT Korea’] 최저생계비 못 버는 60대… 20·30대 여성은 범죄 표적

입력 2019-01-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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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그늘

#. 서유림(26) 씨는 노량진 공시생 4년차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학원과 고시원을 오가며 매일같이 책과 씨름하는 그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용돈은 1만 원 남짓이다.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으로 학원비와 고시원비를 내고 나면 그의 손에 남는 건 40만 원이 채 안 된다. 씀씀이를 줄이기 위해 점심은 3000원짜리 컵밥으로 때우고 저녁에도 편의점에서 컵라면 등으로 해결하기 일쑤다. 월 25만 원짜리 고시원도 그에게는 사치다.

#.영등포에 거주하는 박예순(72) 씨는 나이 때문에 식당 일을 그만둔 5년 전부터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그의 소득은 월 30만 원 남짓한 기초연금에 폐지를 주워 팔아 만질 수 있는 하루 1만 원 미만의 돈이 전부다. 비가 오는 날이면 폐지 줍기가 녹록지 않아 쉬는 날을 감안하며 폐지를 주워 팔아 버는 돈은 월 20만 원 정도다. 반지하방 월세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20만 원 정도다. 식사는 밥과 김치만으로 해결할 때가 많다.

1인 가구의 어두운 이면이다.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만큼 1인 가구의 빈곤율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2017년 1인 가구 비중은 28.6%에 달했다. 이 중 20대는 17.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60대 1인 가구 수는 81만 가구로 1년 전보다 8만 가구가 늘었다. 가장 큰 증가 폭이다.

◇20대·60대 1인 가구 빈곤율 심각 = 20대와 60대 1인 가구는 소득이 높은 3040 1인 가구보다 빈곤율 비중이 높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2018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917만 원이었다. 이를 월평균 소득으로 환산하면 159만7500원이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 100만3000원을 50%가량 웃돈다. 그러나 연령대별로는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세대가 상당수 존재한다. 바로 60대 1인 가구다. 60대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1121만 원에 불과하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93만4170원이다.

일자리가 없는 20대의 빈곤율도 심각하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펴낸 ‘2017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서 20대 빈곤율은 10.3%에 달했다. 몇 년 전부터 대두된 이른바 ‘N포 세대’라는 신조어는 20대의 절망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를 뛰어넘어 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것이 N포 세대다. 연애, 결혼, 출산은 물론 취업마저 포기하는 청춘이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대 1인 가구다.

◇범죄 표적되는 1인 가구 = 최근 개봉한 공포 스릴러 영화 ‘도어락’은 범죄 대상이 된 1인 가구를 소재로 했다. 혼자 사는 여성이 겪을 법한 내용을 담은 영화 ‘도어락’은 혼자 사는 원룸에 열려 있는 도어락과 누군가 침입한 흔적, 그리고 같은 원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등을 다뤘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현실 공포 스릴러’라고 말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만한 내용이라 더 공포스럽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강력범죄 여성 피해자 비율은 89%다. 소득이 높은 여성이라면 보안이 강화된 주거지역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피할 수 있지만 여성의 평균 소득을 보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국내 여성 1인 가구는 2005년 175만3000가구에서 2015년 261만 가구로 10년 새 48% 증가했다. 전체 1인 가구 중 여성 비율 또한 50.2%로 남성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가 43.2%로 가장 많았고, 20대(15.4%)와 50대(15.3%) 순이었다. 여성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 원 미만이 56.9%로 가장 많았다. 고시원 등 상대적으로 월세는 저렴하지만 보안은 취약한 주거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년 1인 가구도 위태롭다 = 사업 실패와 이혼 등으로 1인 가구가 된 4050 중년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 노숙자의 상당수가 이 연령대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1인 가구의 인구 경제적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40대 이후부터 일자리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 40대 다인 가구의 임시ㆍ일용직 비율은 11.6%에 불과하지만 1인 가구는 24.3%로 두 배를 훌쩍 넘는다. 50대의 경우 1인 가구의 임시ㆍ일용직 비율은 41%까지 올라간다.

노인 1인 가구는 그나마 각종 복지 혜택이 제공되지만 중년 1인 가구는 이 같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장애가 있거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일용직 벌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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