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는 ‘체인지메이커’ 많아지면 사회도 좋아지겠죠”

입력 2019-01-0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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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안경잡이 대표가 4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사람들에게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4일 서울시 서초구 미디어 스타트업 공간 디에어에서 만난 김태현(27) 안경잡이 대표는 사회적 경제 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최우선으로 하되 이익 창출에도 목적을 두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이때 발생한 수익 대부분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한다. 빈부격차, 환경문제 등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혔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안경잡이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만든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여행, 여행으로 세상을 바꾸다’ 영상은 국내 유일 사회적 책임 영상제인 ‘2018 대한민국 CSR 필름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추천 1위라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 영상은 장애로 여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가의 사연을 소개한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미디어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사회적 경제에 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이를 실천하니 자연스럽게 미디어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가 사회적 경제에 대해 눈을 뜬 시점은 불과 7~8년 전이다. 10대 때는 여느 청소년처럼 명문대 진학을 위해 밤낮없이 공부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에는 한동안 대형 금융그룹에 취업하거나, 회계사를 꿈꾸기도 했다.

김 대표의 생각은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180도 전환됐다. 김 대표는 “21살 때 남아프리카로 해외 봉사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경제적으로 열악함에도 무언가를 베풀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그들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은 곧 타인에게 가치 있는 무언가를 나눠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여행 후 공익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전공인 경제학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비영리단체 활동을 할까 고민도 했던 김 대표는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대출을 제공하며 빈곤 퇴치에 이바지한 그라민 은행을 만든 무하마드 유누스 사례를 들으며 사회문제 해결과 이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그는 3~4년간 내공을 쌓았다. 2013년에는 지인들과 같이 사회적 경제에 관해 공부하고 관련 공모전에 참여하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2016년에는 콘텐츠 제작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김 대표는 작년 안경잡이를 창업했다. 안경잡이는 한 눈으로 사회 문제를 알리고, 나머지 눈으로는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타의 사회적 경제 미디어 스타트업과 달리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동료는 송봉근(26) 부대표와 김소예(여·25) 디자이너가 전부여서 영상제작 및 기획 업무를 이들이 모두 분담해야 했다. 대학생 시절 영상 관련 공부를 한 적이 전혀 없어 최근 사비를 들여 관련 강의를 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다른 사회적 경제 미디어 스타트업이 만든 콘텐츠는 대부분 텍스트(글)”라며 “우리는 현재 대중이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만큼 동영상을 제작해야 파급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경잡이가 제작하는 콘텐츠 대다수는 ‘체인지메이커’와 연관이 있다. 김 대표는 체인지메이커가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고,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이고, 사회적 기업가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면 사회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상 촬영을 통해 사회적 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겪는 편견도 알게 됐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사회적 경제라고 하면 사회에서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루저(패배자)’들만 하는 것이라고 은연중 생각한다”며 “이 분야에 활동하는 사람들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영상을 만들 때는 체인저 메이커의 ‘착함’만을 부각하지 않는다”며 “대신 그들 또한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시작한 지 겨우 1년밖에 안 됐지만 안경잡이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SK브로드밴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여러 단체와 협업해 사회적 경제 관련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그는 “활동을 진행할 때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낀다”라며 “다만 우리 영상을 통해 사회적 경제 관련 종사자들이 연결되는 사례를 들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물론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창업 당시 공익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마련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올해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석사과정을 밟기로 했다.

그는 “공부하기 시작하면 예년보다 더욱 바빠지겠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며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독자의 눈높이를 맞춘 가벼운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동료들과 지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오프라인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회 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공감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경잡이는 ‘온 세상의 체인지 메이커를 만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 365명의 체인지 메어커를 만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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