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마다 ‘땜질 처방’ 불안공화국 키웠다

입력 2018-12-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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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탈선·온수관 파열·죽음 부른 태안 화력발전…근본 해결책보다 사고 덮기 급급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故 김용균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아버지 김해기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조성애 정책기획국장,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 아버지 김해기씨, 어머니 김미숙씨.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코레일과 지역난방공사, 태안화력발전소 등 공공기관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모든 공공기관의 안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와 경영평가에 안전항목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철도,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에너지 공기업에 대해 안전 관련 전수조사를 검토키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공공기관 관리 측면에서 잘못된 것이 있는지 연관성을 짚어보겠다”면서 “공공기관 관리, 투자, 평가, 인력 운용 등 해당 기관이 스스로 점검하게 하고 바꿔야 할 것이 있으면 바꾸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전수조사에서 공공기관들이 안전진단과 보강·재무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계획대로 이행하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나온 뒤에도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보다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태안화력발전소는 10월 석탄, 석회석, 석고 등 운반설비 안전검사에 합격했다. 안전검사에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CV-09E’ 컨베이어벨트도 대상에 포함됐다. 합격 판정을 받은 지 불과 두 달 뒤인 11일 김용균 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는 협착 사고로 숨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도 지난해 일산 지역에서만 4차례나 배관 일부가 파손돼 보수공사를 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지역난방공사는 뒤늦게 주변 지역과 3도 이상 지열 차가 나는 곳이 전국에 203곳이나 된다며 내년 3월까지 모두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6년 6월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 중 하청업체 직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대책을 내놨지만 1년여 뒤인 지난해 9월 안산선 한양대역 청소용역 작업자 사망사고를 막지 못했다. 위탁업체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과 업무를 위탁한 코레일이 위법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열차에 근로자가 치여 사망한 사고가 난 것도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가 안전 업무를 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공약했으나 로드맵 없이 공기업에 일임해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위험의 외주화’는 결국 공기업의 경영성과 평가 등 성과주의가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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