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장경호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 “카드수수료 문제에 정부가 너무 깊게 들어왔다”

입력 2018-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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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인하 반대하는 거 아냐…초대형 가맹점 수수료 올려 역진성 해소해야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12일 이투데이와 만나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안이 시장 논리를 넘어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1월 말 정부가 내놓을 수수료 인하 세부안에 따라 ‘총파업’ 등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9번을 참았지만, 10번은 참기 힘들었다.”

정부는 지난달 10번째 카드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내년부터 지난해 8개 카드사 순이익(1조2000억 원)만큼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 카드사 직원들은 넥타이를 풀고 머리띠를 두르고 국회 앞과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정부 입장을 극복하긴 역부족이다. 주사위가 이미 던져졌지만,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맡은 장경호 금융노조 우리카드 노조 위원장은 ‘고군분투’ 중이다.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초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을 얻어내고,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막아내기 위해서다.

◇“정부, 수수료 문제에 깊숙이 개입” = 장 의장은 12일 이투데이와 만나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안 발표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수수료 문제만큼은 정부가 너무 깊게 들어왔다”며 “시장 논리를 운운할 단계를 넘어섰다”고 질타했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수수료 인하안에 따르면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을 포함한 정부의 수수료 가이드라인 적용 가맹점의 비율은 99.6%에 달한다. 가맹점과 카드사 자율 협약이 가능한 곳은 전체의 1% 미만인 연매출 500억 원 이상 초대형 가맹점뿐이다. 문제는 초대형 가맹점의 매출 비율이 전체의 40%에 이른다는 점이다. 정부의 수수료 재산정 명분인 ‘역진성 해소’에 맞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3년마다 이뤄지는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 의장은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적격비용 산정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지만,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역진성 해소에 초점을 맞춰서 (수수료 체계를 정비하고) 이후 적격비용 산정 폐지를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노조의 수수료 인하 반대를 마뜩잖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노조의 반대는 일단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카드노조가 지난 9번의 수수료 인하를 참아왔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07년 매출 구간을 정해 수수료 우대구간을 정했고, 이후 수수료 인하가 9번 이뤄졌는데 카드노조가 수수료 인하에 이렇게 반대한 적이 없었다”며 “그동안 최고수수료가 4.5%인 적도 있었는데 이는 수수료가 실제로 높았다고 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수수료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인지했기 때문에 노조가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수수료 인하는 과거 9번의 인하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의장은 “지난 9번의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계속 인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수수료를 인하해서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된다면 찬성이지만, 9번의 수수료 인하에도 그분들의 어려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원인은 카드수수료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과거와 같은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고, 이번 수수료 인하안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폭이 컸다. 그래서 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장 의장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정책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소모전을 더 이상 펼쳐선 안 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 카드사 마케팅 비용 매출 구간별로 세분화해 인상안 검토” =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업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6일 첫 회의를 열고 가동 중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안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후속대책을 내놓기 위한 회의다. 노조는 김상봉 한성대학교 교수를 대표로 의견을 전달 중이다.

장 의장은 수수료 인하안 발표 직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면담 때 ‘마케팅 비용을 반영한 인상안’이 언급됐다고 밝혔다. 장 의장은 “당시 금융위는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하는 것이라 (초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을 담을 수 없다고 말했다”며 “마케팅 비용을 매출 구간별로 세분화해서 이를 마케팅 비용에 반영해 인상안을 만들어 볼 것이라고 했었고, 이를 내년 1월 말까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카드사가 그동안 수수료 수익으로만 먹고 살았는데 앞으로 신사업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TF를 통해 담아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노조 측은 초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안에 ‘양벌규정’을 추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초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와의 협상에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장 의장은 “연매출 500억 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안이 마련되더라도 개별 가맹점 협상에서 이들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여신전문법에는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겠다’라는 (처벌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크게 위반되지 않는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는 것 아닌 역진성 해소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 펴야” = 끝으로 장 의장은 카드노조가 무조건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카드수수료 인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시장에 깊게 개입한 만큼 역진성 해소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서 그분들(영세 자영업자)의 삶이 정말 나아지길 바라고 앞으로는 카드수수료 문제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도 그동안 쉽게 영업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성할 것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반성하고, 근본적인 자정 노력도 앞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은 수수료 부담보다 매출이 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카드산업 투자 지원이나 실질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향, 경기 선순환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을 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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