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마스터’ 1.6t 화물차, 1.3t으로 ‘체급’ 줄여 佛서 직수입, 왜?

입력 2018-10-2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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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중량에 담긴 비밀…고속도로 주행 편의성·택배업 가능한 ‘배’ 번호판 받으려

르노삼성자동차가 르노그룹의 상용차 주력 모델인 ‘마스터(Master)’를 정식 출시했다. 1980년 1세대 모델이 처음 나온 마스터는 2011년 선보인 3세대로 거듭나 현재 전 세계 43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2014년에는 3세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됐고, 현재까지 유럽 지역 내 상용차 시장에서 판매 1위다.

르노삼성은 16일 경기도 용인시 르노삼성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르노 마스터 출시 기념 간담회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경상용차(LCV) 시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르노 마스터는 1t 트럭과 현대차 스타렉스 화물밴의 윗급에 자리매김하고 중형 상용차인 현대차 쏠라티 밴의 중간급에 위치한다. 르노삼성 판매망을 통해 판매되지만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모델이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르노 마스터의 기본 정보다. 다만 그 속에는 한국시장을 노린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담겨 있다.

◇유럽에서 1.6t 화물차가 한국에서는 1.3t인 이유 = 새 모델의 적재중량(pay loads)은 유럽 인증기준(1.6t)보다 적은 1.2~1.3t(톤)으로 국내 인증을 마쳤다. 애초 설계한 적재중량을 축소해 들여온 이유는 갖가지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마스터는 파리 인근에 있는 르노 상용차 전문공장 ‘바띠’에서 생산돼 국내로 수입된다. 종류에 따라 차 길이와 높이가 다양하고 전륜구동과 후륜구동, 개방형과 밀폐형 적재함 등 40여 종에 달한다. 국내에는 2가지 종류의 밀폐형 밴이 들어온다. 차 길이와 높이에 따라 S(스탠더드)와 L(라지) 버전으로 나뉜다.

먼저 마스터의 유럽 인증기준에 따르면 적재중량(pay loads)은 1.6t이다. 반면 르노삼성이 마스터를 직수입하면서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인증중량은 1.2~1.3t이다. 적재중량은 화물차가 실을 수 있는 설계상 최대 중량이다. 이미 1.6t으로 적재중량이 넉넉했지만 르노삼성은 유럽기준치보다 중량을 축소해 국내 인증을 받았다. 화물차에서 중요한 적재중량을 줄인 이유는 국내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운송사업법 등 갖가지 규제의 기준이 1.5t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5t을 초과한 화물차는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지정차로제’에 따라 주행해야 한다. 4차선 도로에서는 가장 하위 차선인 4차로로 주행해야 한다. 3차선에서도 가장 오른쪽 차선에서 달려야 한다. 추월이 필요할 경우 왼쪽 차선 하나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적재중량을 1.5t 미만으로 인증을 받으면 고속도로의 경우 추월차선인 1차로를 제외하고 모든 차로를 달릴 수 있다. 르노삼성이 1.2~1.3t을 고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택배 운송사업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숨어있다. 1.6t으로 인증을 받았다면 마스터는 택배 차량으로 이용할 수 없다. 현행 운송사업법에 따르면 영업용 화물차는 ‘바’와 ‘사’, ‘자’ 등의 노란색 번호판을 장착하게 돼 있다.

국토부는 2017년 기준 약 23억 개의 물량 배송, 매출액 약 5.2조 원으로 성장한 택배 시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택배전용 화물 운송차의 신규 등록을 허가하고 있다. 즉, 일반 유상운송은 불가능하지만 택배업이 가능한 화물차에 ‘배’ 번호판을 부여하고 있는 것. 그러나 차종을 고를 때 제한조건도 있다. 적재중량 기준 1.5t 미만의 화물차만 이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마스터가 적재중량을 1.3t에 맞춘 이유도 수요가 급성장 중인 택배사업용 산업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차 높이와 길이 넉넉하지만 지하주차장 진입은 ‘글세’ = 셋째, 차 길이와 크기에 따라 S와 L버전으로 나오는 각각 적재중량이 다르다. 한눈에 봐도 차 사이즈가 큰 L버전의 적재중량이 큰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상은 아니다. 차가 큰 L버전의 적재중량(1200㎏)이 작은 차체의 S버전(1300㎏)보다 적다. 이는 차량 총중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인데 유럽에서는 우리처럼 배기량이 아닌, 차의 출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 무게에 따라 구입은 물론 유지할 때 소요되는 세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넷째, 마스터 L버전의 경우 적재함 높이(1940㎜)가 넉넉해 웬만한 성인도 차 안에 올라서서 자유롭게 승하차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차 높이도 껑충한 편이어서 S와 L버전이 각각 2.30m와 2.49m에 달한다.

현재 공동주택 및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은 2.3m로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 규정을 개정해 택배 차량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높이 규정을 2.7m로 상향 조정한다. 이를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등을 손볼 예정이다. 다만 이렇게 새 아파트가 보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높이 2.3m를 넘어서는 마스터는 오래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르노 마스터가 몇 가지 불편한 점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가 양분하고 있는 개방형 1t 트럭 시장의 일부 수요는 물론 스타렉스 밴과 쏠라티 밴 사이에 포진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끌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인증검사처 김희준 처장은 르노 마스터의 적재중량 축소와 관련해 “적재중량을 이전보다 늘린 이른바 ‘증톤(t)’은 프레임 하중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다시 인증을 받아야한다”면서 “반면 적재중량을 줄이는 ‘감톤’의 경우 허용 적재중량 범위 안에 포함되므로 제작 및 수입사가 제시한 인증제원을 바탕으로 인증하고 있다. 적재중량 축소가 문제가 될 여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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