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덮치는 ‘사우디 리스크’

입력 2018-10-21 06:38수정 2018-10-2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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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의혹이 미국 실리콘 밸리 기업들을 흔들고 있다.

우버테크놀로지와 테슬라 등 유명 기업들이 사우디로부터 투자를 받은 상태이고, 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프트뱅크도 사우디와 협력 관계에 있는데, 미국 정부가 사우디에 제재 조치라도 취하게 되면 벤처 투자 길이 막혀 자금 흐름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우버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PIF)로부터 35억 달러(약 4조 원)를, 소프트뱅크로부터는 77억 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소프트뱅크는 10조 엔 규모의 비전펀드에 사우디로부터 45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우버 이사진에는 PIF 최고경영자(CEO)인 야시르 알-루마이얀이 이름을 올리는 등 사우디는 미국 안팎에서의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버의 경쟁사인 리프트도 사우디 대기업 킹덤홀딩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 의존 경제 모델에서 탈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에도 투자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CEO는 7월 말 사우디 투자자와 민영화 계획을 둘러싸고 회동을 갖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다른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도 사우디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비전펀드의 투자처까지 포함하면 사우디와 실리콘 밸리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어가 40억 달러, 비즈니스용 메신저 앱 슬랙 테크놀로지가 2억5000만 달러를 각각 비전펀드에서 조달했다.

실리콘 밸리와 서부 지역에서는 투자자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사우디의 존재감이 각별하다. 올해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아마존닷컴과 구글을 방문해 각각의 CEO와 회담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친사우디 전략을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실리콘 밸리이지만 향후 카쇼기 살해 사건의 전개에 따라서는 관계의 깊이가 되레 리스크로 돌변할 수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가 운용하는 펀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앞으로 사우디에서 흘러나온 자금을 꺼리는 투자처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펀드의 배후에 사우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향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기자들에게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시사하는 등 지금까지보다 강경한 태도로 임할 뜻을 내보였다.

‘사우디 리스크’는 이미 월가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 투자회사 블랙스톤그룹은 지난해 미국 내 인프라에 투자하는 4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중 절반을 PIF가 출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카쇼기 사태로 틀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예정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에 미국 금융 대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이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달 말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투자 회의는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한편, PIF는 2015년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확보하며 이사 2명을 선임하는 등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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