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갑질 논란' 대한항공 지분 팔았다

입력 2018-10-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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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을 대거 처분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달 21일 대한항공 지분 95만6961(1.01%)주를 매도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11.65%에서 10.64%로 낮아졌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주식도 상당수 매도했다. 무려 197만4339주(3.23%)를 팔아치운 것이다. 국민연금의 한진칼 보유 지분율은 11.58%에서 8.35%로 낮아졌다.

이날 국민연금은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식 외에도 SK하이닉스의 주식 739만6087주를 팔고 삼성SDI 주식 69만1840주(1.01%)를 사는 등 포트폴리오를 대거 조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과 한진칼 지분 매각에 관심 쏠리고 있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경우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내부 고발이 이어지면서 총수 일가의 비리와 전횡이 대거 드러난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의혹의 사실 관계, 해결 방안 등의 입장을 묻는 공개서한까지 받았으며 경영진들은 국민연금과 면담까지 진행했다.

시민단체들은 "한진그룹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가장 먼저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야 할 대표 기업집단"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연금에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산하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계획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재계 일각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기업 경영권에 대한 간섭, 즉 '연금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지분 매각 규모가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지장을 주는 규모는 아니다. 다만 국민연금의 이번 주식 매도 시기가 최적의 타이밍은 아니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갑질 논란'으로 크게 하락한 주가가 회복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갑질 논란' 이전인 3월 말 기준 3만3800원을 기록했으나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도한 지난 달 21일에는 2만8600원에 불과했다.

한진칼은 '갑질 논란'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되기는 했으나 52주 최고가와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민연금의 추세적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시장의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인 크레디트스위스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갑질 논란'관련해 한진그룹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갑질 사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공석 중인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정해지는대로 본격적인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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