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제지도 바뀐다] 중공업 도시는 옛말…이젠 석유화학도시

입력 2018-10-0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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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력 에쓰오일

▲조선산업과 화학산업이 흥망을 달리하며 울산의 경제지도가 뒤바뀌었다. 울산 현대중공업 인근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이 한산한 반면, 석유화학단지와 에쓰오일 사택이 있는 남구의 ‘현대백화점 울산점’ 거리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오승현 기자 story@
“IMF도 피해갔다는 울산인데… 요즘은 힘들어요. 그나마 석유화학이 버텨주고 있는 거죠.”

울산광역시의 무게중심이 석유화학으로 옮겨가고 있다. 조선업 불황, 현대중공업 해양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울산 경제를 석유화학이 지탱해준 것이다.

지난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은 각각 33.4%, 11.8%의 수출 증가율을 보이면서 울산지역 경제에 힘을 불어 넣었다. 반면 선박은 36.6%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투데이는 울산시 ‘투자 큰손’으로 떠오른 에쓰오일 온산공장을 찾았다.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에서 차로 20분가량을 달려 도착한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높이가 무려 110m에 달하는 대형 중질유 분해시설. 110만 평(약 360만㎡) 규모의 부지에 세워진 거대한 설비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철제 장비가 바로 RUC의 랜드마크다.

온산공장은 RUC·ODC 상업가동을 위한 시운전 작업이 한창이었다. 차에서 내리니 귓가에 ‘위잉위잉’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근로자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유·화학 같은 장치 산업의 경우 현장 근로자가 많지 않은 법인데, 이곳에서는 1시간 남짓한 투어 동안 자동차로 스쳐간 작업자들만 50여 명 정도 됐다.

▲울산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휘발유 및 프로필렌 생산 시설. 오승현 기자 story@
귓가에 울리는 모터 소리, 한 눈에 담기 힘들 정도로 드넓은 평야에 우뚝 솟아 있는 정유화학 설비들, 땀 흘리는 현장 직원들이 어우러지면서 온산공장의 모습은 여느 화학 공장보다 훨씬 활기가 넘쳐 보였다.

그리고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이 같은 분위기는 회사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울산지역 경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에쓰오일과 RUC·ODC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자리 취업 연계 사업을 진행했는데 월 평균 근로인원 1만1773명 가운데 울산 근로자가 6568명이었고, 이 중 조선업 퇴직자가 687명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도 방문했다. 울산CLX는 장생포함(내항)과 외항에 8개의 부두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이곳 8개 부두를 통해 수출된 물량만 해도 약 1억6200만 배럴. 연간 1579척의 수출선이 접안했다.

기자는 가장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다는 제8부두를 찾았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부는 이곳에서는 5만 톤 규모의 선박에 디젤 제품을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이 끝나면 이 배는 중국으로 떠난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배는 접안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옆 7부두의 선박과 비교해 보니,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할 만큼 7부두의 배는 8부두의 배에 비해 푹 가라앉아 있었다.

주변 부두를 쭉 둘러봤다. 눈에 보이는 모든 부두에 배가 접안돼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용의 경우 태풍 등 기상악화로 접안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24시간 거의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부두에 항상 접안 중”이라고 설명했다.

로딩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는 선박들 뒤로는 바다 건너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983년 4월 준공 이후 처음으로 물량이 없어 작업을 멈췄다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와 쉴 틈 없이 수출 물량을 싣는다는 SK 울산CLX 부두의 상반된 현실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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