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가상화폐 가격 움직이는 ‘네가지 힘’

입력 2018-09-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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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치 기대감·사용량·기술력·자본유입에 따라 좌우

◇사용 가치, 현재 가치에 미달 = 자유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 법칙을 따른다. 현재 가상화폐의 가격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는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필요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의 경우는 보유자들에게 1년에 한두 차례 배당을 지급한다. 배당이 은행 이자보다 많다면 투자해볼 가치는 있는 셈이다. 금도 귀금속과 반도체 산업 등에서 일정 부분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치가 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경우 배당수익도 없으며, 실생활에 쓰이지도 않는다. 오로지 미래 상승 기대감을 갖고만 투자되는 것이다. 실제 수요가 없어 철저하게 시장에 의해서 결정된다.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통해 구매를 지원하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8개월간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미래 가치 상승 기대감은 현저히 감소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현재 천장(ceiling)에 도달했다”며 “업계의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폭발적인 성장 기간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과 이야기할 경우, 적어도 한 번은 블록체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세계가 1000배 정도 성장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덧붙였다.

◇기술 한계 여전 = 가상화폐의 근본 기술인 블록체인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비효율성을 채택하는 원리다. 과거 기록을 참여자들이 모두 공유하기 때문에 자원을 중복해 사용한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중앙화된 시스템보다 속도가 느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를 ‘블록체인 트릴레마’라고 부른다. △속도(Scalability) △신뢰성(Security)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직 어떤 가상화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완전한 탈중앙화를 선택해 속도 면에서 불리하다. 반면 네트워크 신뢰성은 극도로 높였다. 반면 리플(XRP)은 탈중앙화 기능을 극도로 줄이고 속도를 올렸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이오스(EOS)는 최적의 속도를 위해 신뢰성을 부분적으로 희생한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화된 기존 서비스의 속도에 버금가는 블록체인 활용이 불가능하면서, 업계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더리움과 이오스를 중심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이 계속 연구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이를 극복한 다양한 시도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며 “언젠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기 거품 걷히는 과정 = 현재의 실용성과 기술적인 면을 고려할 때, 그동안 적정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치가 매겨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술적 한계 극복과 현실적 수요가 늘어나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0년대 닷컴 버블 이후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던 것처럼 산업 성장 초기 거품과 기술을 극복하면 가상화폐 시장도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구현하는 기술인 스마트컨트랙트(자동이행계약)를 도입한 서비스가 느리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도박이나 게임에만 몰린 서비스가 산업 곳곳에 쓰이기 시작할 때 파급력과 시장 규모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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