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존심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 12년 만에 하차

입력 2018-08-07 06:14수정 2018-08-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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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자로 퇴임...후임은 8살 어린 러몬 러구아터 -급변하는 소비자 취향 맞춰 건강음료 바람 일으켰으나 경쟁사 코카콜라 벽은 끝내 못넘어 -최근 식음료 업계 CEO 교체 바람에 동참 -누이 하차로 여성 CEO 비율 더 하락하게 돼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 AP연합뉴스

미국 청량음료업체 펩시코를 12년 간 이끌어온 인드라 누이 최고경영자(CEO, 62)가 10월 3일자로 퇴임한다. 인도 여성들의 자존심이자 미국 주요 기업 CEO 중 몇 안 되는 여성 리더가 또 한 명 하차하는 셈이다.

펩시코는 6일(현지시간) 누이 CEO가 물러나고 후임에 글로벌 사업 부문을 이끌어온 러몬 러구아터(54) 사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누이 CEO는 내년 초까지 이사회 회장직은 유지한다.

누이 CEO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탄산음료 시장에 건강음료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그녀가 재임한 이후 펩시코의 매출은 81%, 시가총액은 80%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코카콜라의 벽은 끝내 넘지 못했다. 펩시코의 시총이 지난 12년간 80% 늘어나는 동안 코카콜라는 2배나 늘었고, 최근에는 코카콜라가 광고에 거액의 돈을 쏟아 붓는 통에 펩시코의 핵심사업인 콜라 음료 시장 점유율은 계속 쪼그라드는 신세가 됐다.

펩시코는 누이보다 8살 젊은 데다 22년 간 펩시코에서 잔뼈가 굵은 러구아터를 앞세워 점유율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EO 교체는 작년 9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미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누이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전부터 퇴임 계획을 세웠다”며 “12년은 긴 시간이었다. 앞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 남동부 중심도시 첸나이 출신인 누이 CEO는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 명문 예일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모토로라 등을 거쳐 1994년 펩시에 입사했다. 2006년 CEO에 취임한 이후 12년간 회사를 이끌며 그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포천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몇 안 되는 여성 경영자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또 그녀의 고국인 인도에서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버 인도의 최고사업책임자이자 봄베이증권거래소의 이사인 마두 카난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누이는 절대적인 롤 모델이었다”며 “인도인으로서 글로벌 기업을 경영하는 그녀를 우리는 우러러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성 경영인의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데 우려를 표한다. 비영리단체인 카탈리스트는 누이의 퇴임으로 S&P 500 기업에서 여성 경영자 비율이 5%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미국 대기업에서는 여성 CEO의 하차가 줄을 이었다. 캠벨수프의 데니스 모리슨, 마텔의 마고 조지아디스, 에이번의 셰리 매코이, 몬델레즈의 아이린 로젠펠드, 휴렛팩커드(HP)의 멕 휘트먼 등이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뉴욕타임스(NYT)는 누이가 펩시코 CEO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을 이끌고 있는 여성은 지금의 2배였다며 올해만 25%가 줄었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누이의 퇴장은 식음료 업체에서 일고 있는 CEO 교체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FT는 코카콜라, 제너럴밀스, 켈로그, 몬델레즈, 허쉬, 스타벅스 등이 최근 수장을 교체했다며 이는 그 동안 기업을 이끌어온 수장들이 만들어낸 제품은 더 이상 식음료 업계의 성장동력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누이의 후임인 러구아터는 스페인 바로셀로나 출신으로 펩시에만 22년 간 몸담았다. 작년 9월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이후에도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며 글로벌 전략과 각국 정부와의 협상을 직접 담당해왔다.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누이와 2인 3각 구도로 경영에 참여해온 만큼 펩시의 전략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러구아터는 각 지역의 시장에 맞는 상품을 전개하도록 하는 보틀러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고 핵심인 콜라 제품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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