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차별, 장애인금융 中] 연속성 없는 장애인 정책… 금융당국 공언 ‘립서비스’ 전락

입력 2018-07-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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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개선 약속 반년째 '제자리'…장애인 단체"최소한의 권리인데…" 당국 간담회 후 현안 방치 태반

금융당국의 장애인 금융서비스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 부재가 또 다른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와 당국의 지속적인 개선과 감독이 필요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장애인 금융정책과 담당 부서 변경으로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애인 차별을 막을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장애인 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애인 정책 '연속성 부재→감독 부실'…금융당국 약속 반년째 '제자리' = 금융당국의 장애인 금융서비스 환경 개선 약속은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장애인 금융이용 제약 해소 간담회에서 ‘금융상품 가입 부당거절’ ‘상담 서비스 확대’ ‘부당피해 방지’ 등을 약속했다. 당시 최 위원장은 “일회성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올해 4월 관련 간담회에서 최 위원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품가입이 부당하게 거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년 이상 지났지만, 장애인 금융서비스 제약이라는 근본 문제는 여전한 셈이다.

이와 관련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관련 담당자를 만나서 개선사항을 설명해도 그때 뿐”이라며 “시간이 지나 담당자를 만나면 새로 맡은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장애인 정책 연속성 부재는 곧 감독 부실로 이어진다.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장애인의 금융서비스 이용 제약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감독할 기관의 부재는 지난 10년간 ‘비정상의 일상화’를 낳았다.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과 함께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이 법은 장애인의 ‘권리 선언적’ 성격이 짙다. 감독이 뒤따르지 않거나, 세부 법이 미비하면 법의 강제적용이 어렵다. 또 장애인 금융서비스 제약을 막을 관련 법안이 발의돼도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다.

17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에 발의된 장애인 관련 법안은 138건이지만 처리된 건 52건뿐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안만 9건이 계류된 상황이다. 장애인 금융서비스 개선과 관련해선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금융서비스 차별 금지법’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 법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더 나아가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합리한 차별을 받으면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또 보험업권에 대해선 최대 3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명시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위법행위에 대한 감독 수단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애인단체 “우리 요구는 최소한의 권리”= 장애인 금융서비스 차별과 관련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정책연구원은 법과 감독의 부실을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금융 당국의 정책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민원 처리 과정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는 것”이라며 “특히 금융위원장 등 수장이 바뀌는 경우 장애인단체 현황 파악 차원에서 간담회를 여는데 그때마다 건의해도 간단한 사안만 처리하고 나머지는 흐지부지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보여주기식’ 움직임이 국회 입법과정에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감사와 같이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여기저기서 장애인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후 법안 상정이나 관련 처리 과정을 보면 사실상 내버려 두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ATM기기, 은행 대필, 인터넷뱅킹, 모바일 접근성 정도는 금융소비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을 향해서는 “(문제 제기 때마다) ‘예산 문제다’ ‘보안이 문제다’ 같은 답변이 돌아오는데 국가기관이 이런 논리로 요구를 저버리면 이것이야말로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도 김 연구원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 단체가 힘이 센 압력단체도 아니므로 (금융당국과 국회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건의할 수밖에 없다”며 “계속 법 개정 상황을 감시하고, 국회의원들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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