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집값 짬짜미’...현장단속 비웃는 디지털 커뮤니티

입력 2018-07-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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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신도시 H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에게 발송한 공문에는 단지 매매가가 내려가지 않도록 협조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토부가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의 집값 담합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를 만들겠다고 한지 석 달이 넘었지만 일부 아파트에서 여전히 담합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5일 동탄신도시의 H아파트에서는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에 공문 한 통이 발송됐다. 이 공문은 △입주민이 원하는 가격대에 매물을 내놓을 것 △매수인에게 아파트의 향후 호재를 알려주어 아파트 가치가 저평가되지 않도록 할 것 △만일 저가의 허위 매물을 내놓을 시 포털사이트에 허위매물 게재로 신고하거나 관청에 신고할 예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문에서는 간접적으로 담합을 시사하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담합 행위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다.

H아파트의 입주민들이 모인 SNS 앱 ‘밴드’에서는 “인근 단지 시세는 4억 중반에서 5억원인 데 반해 3억대인 우리 단지만 저평가 돼있어 입주자대표위원회가 공인중개사들과 만나며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거나 “포털사이트 허위저가매물 신고를 자주해 시세가 상승한 인근 단지처럼 우리 단지도 허위저가매물 신고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었다.

이처럼 커뮤니티 내에서 목표 집값과 향후 행동 지침 등을 구체화한 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협조를 종용하는 식으로 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단지의 입주민들은 현재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으며, 그 원인이 저가 매물로 많은 거래를 일으켜 수수료를 챙기려는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의 의도적인 집값 낮추기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중개사들이 의도적으로 시세를 벗어나도록 가격을 올리거나 내린다는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다, 현재 매매가에 거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단지 시세가 정상이라는 의미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월 공인중개사들에게 집값 담합을 종용하기 위해 압력 등을 행사하는 입주민들을 처벌하는 근거조항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척이 없는 가운데 이같은 담합행위가 일부 단지서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집값 담합 근절 방안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와 논의를 진행중이지만 언제 도입된다고 말할 만큼 구체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으로 형법에 근거해 집값 담합을 처벌할 수는 있지만, 행위의 특성상 별도의 처벌 근거조항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담합행위를 근절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태일의 손한수 변호사는 “담합을 규제하는 법률은 공정거래법인데 사업자가 아닌 부녀회나 입주민협의회는 대상이 되지 않아 사실상 형법의 업무방해나 강요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고소, 고발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검찰이 특정 아파트 단지의 담합행위를 인지하기도 어려운데다, 입주민들의 매매거래에 전적으로 의존해 운영되는 공인중개사가 입주민들을 고소, 고발한다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워 현행 형법만으로는 규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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