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압박 속도내는 정부, 답답한 삼성

입력 2018-07-09 09:04수정 2018-07-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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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삼성에 대한 금산분리 압박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출구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기업만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8일 내놨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를 넘는 14조3000억여 원, 삼성화재는 1조6000억여 원 등 16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엔 지분 매각 기한을 애초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보험사가 주식을 팔아 발생하는 매각 차익을 손실 보전용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도 담겼다. 박 의원은 “국회에 계류된 모든 삼성생명법의 종결판으로 금융위와도 협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현행 보험업법 감독규정은 시가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은행, 증권사 등 다른 업종과 달리 ‘주식 또는 채권의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과 시민단체는 현 보험업법이 ‘삼성 특혜’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2014년 19대 국회 때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보험사의 지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처음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되자 2016년 6월 20대 국회에서 이 의원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또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 의원이 2년 전 발의한 법안과 대부분 일치하지만, 좀 더 강화됐다.

삼성은 현 정부 들어 그동안 여러 차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1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라고 콕 집어 지적하기도 했다. 또 금융당국이 지난 2일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시행하면서 삼성그룹은 수년 내에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대부분을 팔아 치우거나 이에 해당하는 최대 30조 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유도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인 삼성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경영권을 위협받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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