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이슈] 산업 자동화, 성평등에 도움된다…노동시장 혁신으로 차별 없애

입력 2018-07-0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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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분석…근로시간 단축·직업 교육으로 성평등 촉진

▲지난달 5일(현지시간) 중국 안후이성 쑤이시현의 에어컨 제조공장에서 노동자가 산업로봇과 함께 일하고 있다. 쑤이시/AP연합뉴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로봇이 노동시장에 지형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와 노동시장에 대한 예측은 주로 일자리 자체의 변화나 사라질 직종에 한정돼 있었고 성 평등에 대한 논의는 간과돼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자동화가 성 평등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소개했다.

한국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부작용 완화를 위해 산업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자동화와 근로시간 단축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WEF는 자동화로 인해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 성 평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면 노동자의 근무시간은 줄어들지만, 임금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노동자들의 비율이 높은 저임금 단기 아르바이트 직종이 적정 임금을 받으면 평등한 수준의 임금 분배가 가능해진다.

자동화가 가져올 근무 시간의 변화는 임금 평등뿐만 아니라 가정 내 성 평등에도 도움을 준다.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가정과 연결돼있다. 하지만 만약 근무 시간이 유연해져 고용주가 아닌 노동자가 시간을 관리하거나 재택근무가 늘면 적절하게 가사를 분담할 수 있다. 부부가 가정과 직장 모두 동등하게 참여한다면 성별에 따른 고정적인 역할에 도전장을 내미는 셈이다.

그동안 여성이 주로 담당해왔던 간병·노인 복지 분야의 자동화도 성 평등에 기여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노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간병 등 노인복지 분야는 유망직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복지 분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평가 절하됐다. 만약 자동화로 의료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 노인 복지 분야에 유입되는 자금도 늘어나고, 간병인의 처우가 더 좋아질 수 있다. WEF는 이익을 창출하는 일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더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때 성 평등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화가 가져올 일자리 지형 변화는 직장 내 성차별 철폐에도 이바지한다. 자동화는 그동안 일자리 감소의 주범으로 꼽혔다. 특히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저숙련 저임금 노동이 줄어 남녀 임금 격차가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저숙련 여성 노동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저숙련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포괄적인 직업 교육은 이직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준다. WEF는 이를 위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직종에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TEM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직종이지만 영국 IT 업계의 여성 고용률은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WEF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STEM 분야의 성 평등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며 단지 고위직에 여성을 고용하는 것만으로 모든 차별이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접근방식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를 바꿀 기술 혁신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빠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노동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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