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왜 나만 비싸게 사지?”…항공권 가격의 비밀

입력 2018-06-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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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영 산업1부 차장

바로 옆자리에 앉은 승객과 내가 구매한 항공권 가격의 차이가 수십만 원이 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그런데 이런 일은 너무 자주 일어난다. 같은 시간, 같은 항공사의 같은 항공기를 이용하는데도 항공권 가격은 제각각이다. 재미있게도 항공권은 예약 시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독특한 상품이다. 뿐만 아니라 예약 방법과 구입처, 항공권에 걸린 갖가지 조건에 따라 가격이 ‘그때그때’ 달라진다.

궁금증① 항공권값은 어떻게 결정될까? = 항공권 가격은 기본 운임과 세금(공항세), 항공사 수수료(유류할증료), 기타 부과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정가’의 개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항공권의 실제 가격은 항공권의 유효기간이나 마일리지 업그레이드 및 변경, 취소 가능 여부, 환불 규정 등에 따라 책정된다. 이 가운데 항공권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사용이 가능한 ‘유효기간’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당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항공권의 유효기간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여기에 각종 제휴나 이벤트와 같은 마케팅 효과까지 고려한다.

좌석 역시 항공권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일반 승객들이 알고 있는 항공기 좌석은 퍼스트·비즈니스·이코노미 3가지 좌석뿐이지만, 실제 항공사는 내부적으로 국제선 항공기 한 편당 많게는 20가지 등급의 좌석을 운용하고 있다.

항공권은 어떻게 유통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위 내용은 항공사가 직접 판매하는 경우로 항공사가 여행사 등을 통해 간접 판매에 나설 경우 가격은 또 달라지게 된다. 여행사들은 1년치 항공 스케줄을 미리 작성하고 이를 3월까지 영업점 등과 공유한다. 그런데 이를 기준으로 탑승객 수요 등을 고려해 항공권의 가격을 조절한다. 또 여행사들의 경우 항공권만을 단독으로 판매하기보다 호텔이나 다른 관광 상품을 함께 묶어 판매하기 때문에 항공권 가격에 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궁금증② 항공권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 항공권 가격 결정의 구조를 알았다면 이를 이용해 항공권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 가장 유용한 방법이 ‘얼리버드 항공권’을 이용하는 것. 항공사들은 보통 장거리 비행의 경우 발권일을 기준으로 120일 전, 단거리를 기준으로 90일 전쯤부터 구매가 시작된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이 시기에 다른 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한 ‘얼리버드 항공권’을 특가로 풀기 시작한다. 통상 한 항공기 이코노미석의 10~20%가 얼리버드로 판매된다.

이렇게 약 120일 전에 가장 높은 할인율의 항공권을 내놓고, 판매가 완료되면 이보다 낮은 할인율을 적용하게 된다. 단 적용 할인율이 높을수록 환불이나 일정 변경, 마일리지 적립 등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여행사가 판매하는 항공권 구매를 통해 보다 싼 항공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여행사는 항공사로부터 일종의 도매로 항공권을 대량 구매하기 때문에 항공사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항공권을 판매한다. 또한 출발일에 가까워졌음에도 미처 판매하지 못한 항공권을 이른바 ‘땡처리’ 방식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항상 싼 것은 아니다. 휴가철이나 명절 등 성수기에는 마진율을 더 높이는 경우도 많아 항공사가 판매하는 항공권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도 있다.

궁금증③ 항공사 공유하고 돌아가면 싸다? =‘코드셰어’ 항공기를 찾아보는 것도 항공권값을 아끼는 좋은 방법이다. 보통 국적항공사들은 자국에서 항공권을 가장 비싸게 판매한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항공권을 사서 한국에서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코드셰어’다. 코드셰어는 항공사 간 협력관계를 맺고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 좌석을 자신들의 항공편명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 코드셰어를 맺은 해외 항공사의 표를 구입하면 해외 항공사의 항공권으로 대한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 볼 만하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장거리 여행지의 경우 경유 항공권을 구매하면 최대 46%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최근 한 분석 기관이 2016년 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13개 주요 장거리 여행지 항공권을 분석한 결과, 뉴욕의 경우 직항 대신 1회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했을 때 직항보다 평균 31%가량 저렴했다.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26%가량 경유편이 쌌다.

궁금증④ 항공 시장, ‘세이의 법칙’이 지배… 많이 갈수록 싸다?! =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실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LCC업계에서 통용되는 법칙은 ‘세이의 법칙’이다. LCC의 등장으로 저렴한 항공권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수요가 늘면서 또다시 공급이 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를 불러왔다. 실제 최근 LCC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본 노선의 경우 한국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가는 항공권의 지난해 평균 가격이 2년 전보다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CC들의 일본행 항공권(인천~후쿠오카(福岡) 왕복 기준) 가격은 9만~12만 원대로, ‘얼리버드 항공권’을 통해 할인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서울~부산 KTX 티켓(11만 원대)보다 가격이 싸질 수 있다. 워낙 저렴한 항공권 가격 때문에 심지어 일본 내국인이 한국 국적의 LCC를 이용해 일본 국내를 여행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LCC가 판매하는 얼리버드 항공권을 이용하면 일본 국적항공사로 도쿄(東京)~후쿠오카를 이동하는 것보다 일본 도쿄에서 서울 혹은 부산으로 이동 후 다시 후쿠오카로 이동하는 비용이 더 싸다”면서 “이에 항공권을 싸게 활용하는 팁으로 이 같은 방법이 일본 내에서 알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궁금증⑤ ‘뜻밖의 행운’ 공짜로 좌석 등급 업그레이드… 어떻게? = 종종 이코노미 좌석을 구매한 승객이 무료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아 비즈니스로 배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에는 “체크인을 늦게 하면 혹은 일찍하면 좌석 등급을 업그레이드받을 수 있다”는 일명 ‘카더라’ 정보가 떠돌기도 한다.

사실 이 정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빈 좌석이 있는 상태로 이륙하는 순간 빈 좌석 수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때문에 항공사들은 통계 자료 등을 활용해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을 승객의 수를 예측, 정해진 좌석보다 더 많은 항공권을 판매한다. 그런데 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던 고객이 탑승하게 되면 좌석이 부족해지고, 이 경우 이코노미석의 승객을 비즈니석으로 이동시켜 주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좌석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기 위한 항공사의 내부 규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좀 더 유리한 조건(?)은 있다고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에게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마일리지가 많이 쌓여 있는 고객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선영 산업1부 차장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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