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日롯데홀딩스 정기주총…신동빈 회장 부재 속 ‘지배구조 격랑’ 예고

입력 2018-06-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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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신동주 전 부회장, 동생 이사 해임안 주주제안 안건 제출…법원 보석 불허 가능성에 “신 회장 입장표명 기회 줘야” 의견도…해임안 통과되면 통합경영 깨지고 日롯데 韓경영 간섭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투데이DB
29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재 속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사 해임 및 선임안을 두고 맞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주총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재계 서열 5위 롯데의 한·일 간 연결고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신 회장이 재계 총수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아서도 안 되지만 한·일 롯데가 가진 특수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29일 일본 도쿄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 안건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안건은 신 전 부회장이 직접 주주 제안 안건으로 제출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형제는 2015년 경영권 다툼 이래 일본 롯데홀딩스 등기이사 해임을 두고 4차례 표 대결을 벌여왔다. 앞선 표 대결에서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주총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회장의 이사 해임과 관련해 종업원지주회를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을 대상으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반면, 한국에서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는 신 회장으로서는 이러한 신 전 부회장 측의 공세에 대응은커녕 주총 참석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신 회장을 대신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등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을 만났지만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주총에서 예측 불가한 상황 변화에 대한 신 회장의 불안감은 최근 공판에서 한 그의 발언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까지만 해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청탁 목적으로 지원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만 강조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인 이달 20일에는 “주총에 참석해 시급한 경영 현안을 해결할 기회를 달라. 만약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로라도 제 입장을 꼭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25일 공판에서도 “주주총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100% 자신할 수 없다. 직접 주총에 나가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신 회장이 이처럼 보석을 통해 주총 참여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위임장을 받은 변호인이 주총에 대신 참석해 주주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주주가 아니면 위임권이 인정되지 않는 일본의 기업문화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 회장은 25일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는 아버지(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어머니(시게미츠 하츠코 여사), 형님(신동주 전 부회장), 누님(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저, 서미경 씨, 여동생(신유미) 7명 정도”라며 “(그러나 현재는) 저 이외에는 거기(주총)에서 설명해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법원이 신 회장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최악의 경우 주총에서 신 회장의 해임안이 통과될 경우 51년간 이어진 한·일 롯데의 관계도 틀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건설과 롯데캐피탈, 롯데물산, 롯데상사 등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일본인 이사진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한국 롯데에 배당금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아울러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자회사들은 한국 롯데 회사들의 주주사이기도 해 한국 롯데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일본 주주들이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한·일 롯데의 특수성과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그간 롯데그룹이 겪었던 경영난 등을 고려하면 재계 총수라는 이유로 보석을 불허해 최소한의 방어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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