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SEC 족쇄 푼 이더, 선물출시 날개 달까

입력 2018-06-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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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권위 임원 “이더리움, 증권 아니다” 첫 입장 표명… 논쟁 종지부 시카고옵션거래소 “SEC 판단 환영… 이더리움 파생상품 검토중” 증권분류 가능성 완전 해소된 것 아냐… 투자자 확대해석 경계해야

“이더리움은 증권(Security)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고위 당국자의 발언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 최대 악재로 꼽히던 증권분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그간 코인(가상화폐 약칭)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이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될 것이란 불안감이 돌고 있었다. 업계에선 미국 당국자의 입장이 명확해지면서, 다른 나라도 비슷하게 가상화폐 접근 방향을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랜 논쟁의 종지부 = 이달 14일 윌리엄 힌먼 SEC 기업금융부문 총괄이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야후 올 마켓 서밋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더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코인”이라며 “이더가 증권으로 간주될 만큼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더리움이 가진 탈중앙화되고 개방된 네트워크를 언급하면서 “증권을 발행하고 (회사) 이익을 냄으로써 증권 가치를 높이길 기대하는 중앙의 제3자(a third party)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증권으로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SEC와 연방 상품선물위원회(CFTC)는 실무자들로 회의체를 구성, 이더리움 가격 변동을 좌우하는 주요 가격변수들을 들여다보는 한편 주식시장 상장사의 경영진과 사업전략, 실적, 투자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역시 창시자나 발행 주체가 코인 가치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도 함께 조사해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알트코인에 증권과 같은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고 CFTC도 비트코인을 증권이 아닌 상품(commodity)으로 간주하면서 SEC가 집행하는 투자자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지만 이더리움은 증권과 상품의 경계인 회색지대에 있다고 보고 이 같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이더리움을 활용해 암호화폐공개(ICO)에 나서는 기업들이 급증하다 보니 불법적인 증권 판매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더리움 재단 역시 2014년 7월에 이더리움 플랫품 구축을 위해 6000만 이더를 팔아 3만1000비트코인, 183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 투자자들은 이 플랫품이 구축될 경우 코인 가치가 뛸 수 있다는 판단에서 투자에 나선 만큼 증권 판매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아직 SEC의 최종 결과는 아니다.

◇파생상품 등장 가능성 예고 = 이 소식이 전해지자 크리스 콘캐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성명을 통해 “이번 SEC의 판단은 이더리움이 증권이냐를 둘러싸고 팽배했던 논란의 답을 분명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이더리움 거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제거시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SEC가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직 SEC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힌먼 이사의 발언대로 결론이 날 경우 이더리움 선물이 머지않아 출시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콘캐넌 대표는 기대했다. CBOE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더리움 선물 상장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을 뿐 아니라 앞으로 비트코인 캐시 선물 상장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CBOE는 전 세계 거래소 가운데 최초로 지난해 12월 10일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한 바 있다. 당시 비트코인은 1만5000~1만6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다만 첫 만기일이던 올 1월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1만900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ICO 전면 허용 아니다 =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개발 자금을 모집하는 가상화폐공개(ICO)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코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ICO 유치 기업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2종의 코인으로 자금 유치를 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ICO가 이더(Ether·이더리움 단위)만 받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더리움 플랫폼을 사용하면 비트코인을 받는 것보다 대부분의 작업을 자동화하기 편리하게 설계돼 있다.

ICO 투자자들이라면 고려해야 할 사실이 남아 있다. SEC가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더 모금 ICO 프로젝트의 증권분류 가능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ICO 프로젝트가 코인 보유자 모두에게 배당이나 수익을 약속한다면, 증권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SEC의 허가없이 증권형 코인을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ICO가 미국이 아닌 스위스나 지브롤터(영국령),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더리움의 증권 여부에 대해 SEC 고위 관계자의 견해가 알려진 것일 뿐이다”며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니라고 해서 ICO를 허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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