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리포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저숙련·여성 일자리 감소할 것”

입력 2018-06-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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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교육 강화·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통해…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최소화해야

집권 여당이 역대 지방선거 사상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이번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은 최저임금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 이후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소득 등에 미치는 영향의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서다. 이들 중 일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본래 취지인 저소득층의 고용률 및 소득 저하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 그중에서도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국민 지지’ 받은 文정부, ‘소득주도 성장’ 탄력… 재계 우려는 ‘여전’ =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 정책의 기조로 설정했다. 이에 가계 소득의 증대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강조하며 출범 첫해부터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38%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이견으로 노사 간 갈등이 빚어졌으며 통계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논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다시 한 번 추진동력을 얻게 됐다. 특히 최저임금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달성이었던 만큼 향후 2년간 평균 약 15%에 달하는 급속한 최저임금의 추가적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재계에서는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노동 비용 부담 상승과 대외 경쟁력 약화, 자원의 왜곡된 배분을 통해 경제적 비효율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의 본래 취지인 저소득층의 소득 인상과 상반된 결과를 불러와 노동 시장의 왜곡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에 주는 영향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및 소득의 변화에 국한된 분석이 아닌 실제 최저임금 인상이 야기하게 될 업무 자동화 등과 연계해 자본에 의한 노동의 대체효과와 같은 다각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경연 “최저임금 인상, 저숙련 노동자 실업 가능성 높여” = 한경연은 이와 관련해 ‘최저임금, 자동화 그리고 저숙련 노동자의 고용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는 직업에 따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적인 작업이 얼마나 많은지를 기준으로 자동화 민감도를 측정했다. 이어 2009∼16년 고용형태별 실태조사의 임금 구조 부문을 이용해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별 직업 분포, 즉 자동화 민감도가 높은 직업이 차지하는 산업별 고용 비중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자동화가 가능한 직종의 고용 비중이 높은 상위 10개 산업으로 △목재·나무제품 제조업(가구 제외) △인쇄·기록매체 복제업 △식료품 제조업 △담배 제조업 △금융업 △가구 제조업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섬유제품 제조업(의복 제외) △펄프·종이·종이제품 제조업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 등이 꼽혔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동화에 민감한 직업이 차지하고 있는 고용 비중이 0.7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로 인해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또 이를 다시 성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이 여성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경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동화에 민감한 직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이 11.1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본이 노동을 대체하는 인위적 자동화는 기술과 시장의 발전을 통한 자동화와 달리 노동과 자본 간의 관계를 왜곡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기술과 시장의 발전으로 초래되는 산업의 고도화 혹은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혁신의 과정 속에서 전개되는 자동화 및 일자리 변화는 노동과 자본 간의 효율적 재배치를 추구한다”면서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동화는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기술과 자본의 도입으로 노동을 대체하게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 완화 대책 필요” = 한경연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한경연 연구위원은 “향후 2년간 15.54%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계획이 하향 조정되지 않을 경우 많은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이 가중될 것이며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이 주요 소득 확충 대상으로 삼고 있는 여성 가장 가정과 같은 저소득층 가정의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일자리 안정자금과 같은 보조금 정책은 자동화를 한시적으로 지연시키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저숙련 노동자의 직종 전환을 용이하게 만드는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역설적이지만 직종 간의 전환이 원활한 노동시장 환경의 조성, 즉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방안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전원회의를 19일 개최하기로 했다.노동계의 불참으로 취소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회의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각 9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한국노총 추천 위원 5명은 사퇴서를 제출했고 민주노총 추천 위원 4명도 불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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