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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회장 타계] 평생의 한이 된 반도체
입력 2018-05-20 12:08   수정 2018-05-20 12:10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9년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에 LG반도체를 넘겨 준 후 “LG는 전자 및 통신 중심 그룹으로 반도체가 꼭 필요한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모든 것을 더 버리기로 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넉 달간 칩거 생활도 했다. 반도체 사업을 뺏긴 충격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를 세계적인 전자회사로 성장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런 그에게도 부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으로선 생전에 '한'으로 남은 것이 반도체 사업의 꿈을 중도에 접은 것이다.

구 회장은 1989년 5월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금성일렉트론은 1995년 LG반도체로 상호를 바꾸고 이듬해에는 상장도 했다.

이후 LG반도체는 '국내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달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며 성장했고, 반도체 사업을 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여긴 구 회장은 LG반도체에 대한 강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회사는 고속성장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인 1998년 정부가 '재벌 빅딜'에 나서면서 자리가 위태해졌다.

구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끝까지 애착을 보이며 LG반도체를 지키려 했으나 결국 1999년 7월 회사를 현대그룹에 넘기게 됐다. 그는 라이벌 삼성그룹이 이후 반도체 사업을 발판 삼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가슴을 쳐야 했다.

구 회장은 반도체 빅딜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전국경제인연합과도 척을 지고 행사에서 웬만하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흡수 합병돼 이름도 현대반도체로 바뀌었지만 현대그룹이 '승자의 저주'에 걸린 탓인지 D램 시장 불황과 유동성 위기 등에 시달리다 결국 2001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현대에서 빠져나온 현대반도체는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고 11년을 주인 없는 상태로 지내다 2011년 다시 매물로 나왔다. 그러자 재계와 시장의 관심은 다시 LG그룹으로 쏠렸다. “LG가 하이닉스를 인수해서 반도체 사업 재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재계는 LG반도체를 뺏긴 충격 때문으로 해석했다.

하이닉스는 결국 SK그룹 품에 안겼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을 맞아 SK하이닉스는 최대 실적 행진을 벌이며,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LG 계열사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부침이 심한 업종이긴 하지만, 하이닉스를 우리가 가져왔으면 계열사간 시너지 등에서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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