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중국·이란 등 도전에도 기축통화 지위 끄떡없다

입력 2018-04-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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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원유 선물·외환 회계처리에 유로화 사용 등 다채로운 시도…달러화, 세계 외환보유고 3분의 2 비중 차지 등 패권 유지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달러화와 유로화 비중 추이. 2017년 달러화: 약 63% / 유로화: 20%. 출처 WSJ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 관계를 끊으려는 나라가 일부지만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이 들어서면서 각종 제재로 위협을 받고 있는 국가들이 달러화 체제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새로운 시도도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달러화 대신 자국 위안화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각국에서 위안화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란은 지난주 외환 회계처리에서 달러화를 유로화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는 연초 자체 가상화폐인 ‘페트로’를 도입했다. 러시아는 달러화로부터 벗어나 자산을 다각화하고자 금 보유고를 늘리고 있다. 여전히 이런 새로운 시도 중 그 어느 것도 전 세계에서 달러화의 역할을 흔들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 정부가 달러화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는 이면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전환에 미국의 동맹국들까지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과 동맹 관계를 둘러싼 정책을 변경하고 있어 미국이 그동안 고수했던 강달러 기조와 모순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 달러화 대안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기세를 탈 수 있다. 그러나 달러화 패권에 대한 도전은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이 금융제재를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러시아, 이란과 같은 나라가 달러화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달러화의 지배력은 놀라울 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없애지 않는 한 글로벌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고프 교수는 “달러화 패권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76%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 중 약 60%가 환율 제도를 어떠한 형태로든 달러화와 연동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16년 일일 거래량이 5조1000억 달러(약 5492조 원)인 외환시장에서 10건의 거래 중 약 9건이 달러화와 연결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11조42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 중 달러화 비중은 3분의 2에 육박했다.

달러화 패권이 유지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기업들이 국제 거래를 할 때 단일통화 체제이면 그만큼 쉽고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 한때 유로화가 달러화 지위를 위협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현재는 상당히 퇴색된 상태다. 글로벌 외환보유고에서 유로화 비중은 2009년 28%로 정점을 찍고 나서 현재 약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로 뉴욕과 런던시장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미국외교협회(CFR)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진정한 위안화 국제화를 지원하기에 중국의 채권시장 규모는 너무 작다”고 꼬집었다. 국제은행간전기통신협회(SWIFT) 집계에 따르면 위안화가 글로벌 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월 1.6%에 불과했으며 외환보유고 비중도 1.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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