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오판’…사과에도 여론 ‘싸늘’

입력 2018-04-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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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질’ 논란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여전히 대한항공 직원들의 폭로는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직원들은 오프라인 집회와 같은 단체행동까지 불사할 태세다.

◇진정성 없는 사과 ‘비난’…“탈세 의혹 해명 없어”= 23일 조양호 회장은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조현아·조현민 자매는 모든 직책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이 자리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또 준법위원회도 구성해 제도적 장치 정비도 나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론은 냉정한 모습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불법 등기와 탈세 등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탓이다. 그나마 내놓은 갑질 논란과 관련해서도‘면피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 본인과 대표이사인 아들의 보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최측근을 전문경영인 자리에 앉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준법위원회 구성도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조 회장은 2015년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소통위원회’ 구성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일부 직원들은 조현아·조현민 자매의 그룹 내 모든 직책 즉시 사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한항공 한 내부직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 사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도 호텔 업무 내용을 자택에서 직접 보고 받았다는 소문이 회사 내부에서 돌았다”면서 “과연 이들의 사퇴가 진짜 회사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땅콩회항’ 학습효과…내부 직원 폭로 이어진다 =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이번 사과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땅콩 회항’ 사태와는 확연히 달라진 대중, 특히 직원들 때문이다. 실제 이번 ‘갑질’ 논란이 탈세 등 오너가의 각종 비리 혐의로 옮겨지게 된 것은 내부 직원들의 폭로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었다. 특히 조 회장의 사과 이후에도 직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상황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의 인원은 900명을 넘어선 상태로 이들은 구체적 비리 제보는 물론 ‘촛불 집회’와 같은 단체 행동에까지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여전히 대한항공 오너일가는 직원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우롱하고 있다”며 “다니기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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