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한국 재벌 개혁 노력, 인상적인 성공 거두는 데 실패”

입력 2018-04-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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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가문이 기득권 놓을지에 성공 달려 있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 재벌 개혁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16일(현지시간) ‘한국 재벌 개혁 노력, 인상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 실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복잡한 지배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에서 지난 수 주간 일어났던 변화는 기업 스캔들이 만연한 한국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부응하려는 것보다 규제와 감시를 피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제브라투자자문의 이원일 대표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재벌들이 투명성을 높이고자 일부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더욱 효율적으로 변하기 전까지는 확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로 알려진 소수 가문이 오랫동안 아시아 4위 경제국인 한국을 지배한 가운데 이런 문제는 사회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고 FT는 설명했다.

삼성과 현대 등 글로벌 브랜드가 포함된 재벌들은 지난 반세기 한국의 경제적 전환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들과 정부의 긴밀한 유대 관계와 모호한 지배구조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핵심 이슈는 재벌 가문이 적은 지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열사로부터 이익을 거둬들이도록 한 복잡한 순환출자 시스템이다.

지난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개혁 활동가인 김상조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혀 재벌 개혁 임무를 맡겼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말 핵심 계열사인 부품 제조사 현대모비스를 분사하는 등 지배구조 단순화를 약속하면서 김상조 위원장의 노력은 힘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도 재계 1위인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다. 한 삼성 임원은 “그룹 내 2013년 약 80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기업 수가 2015년에는 7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최근 움직임은 재별 개혁의 시작일 수 있다”며 “그러나 재벌 가문이 자신의 기득권을 얼마나 희생시킬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배구조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재벌 가문은 핵심 사업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이라며 “그러나 이런 개혁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시장과 주주들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사실상의 소유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위에 의해 더욱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부패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내년 초 대법원에 출두할 가능성이 있다.

이원일 대표는 “이 부회장의 지위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며 “그는 1년간 이사회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계속 이사로 남아 있으면서 재판을 계속 받고 있다. 이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세계 표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재벌들은 순환출자 구조 축소를 최소한도로 진행했다”며 “이는 이들이 전정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욕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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