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대한항공, 오너리스크에 번번이 '발목'

입력 2018-04-13 16:20수정 2018-04-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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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무 사과에도 논란 '일파만파'…직원들 '망연자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이전 등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대한항공이 또 다시 '오너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문제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이 담긴 컵을 바닥에 던진 것으로 드러나 '갑질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데 이어 검찰 고발까지 이뤄지면서 조현민 전무의 갑질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조현민 전무 SNS 사과에도 여론 '악화'= 벌써 이틀째 조현민 전무의 이름이 각종 포탈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이 담긴 컵을 바닥에 던지는 등 이른바 갑질논란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달 대한항공의 광고를 대행하는 A사와의 회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 전무는 A사의 대한항공 담당 팀장이 대한항공 영국 편 광고와 관련한 조 전무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갑자기 크게 화를 내며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는 사건이 일어난 뒤 며칠이 지난 후 당사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조 전무의 사과 문자에는 "망설이다가 직접 사과를 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아서 문자를 드립니다. 지난번 회의 때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익명 애플리케이션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며 논란은 커졌다. 이에 조 전무는 SNS를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해선 안 될 행동으로 더 할 말이 없다"며 다시 한번 사과했으나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찰 내사 이어 검찰 고발까지…후폭풍 '일파만파'= '갑질 논란'이 확산되면서 경찰은 조 전무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13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업무상 지위에 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며 내사 이유를 밝혔다.

내사는 정식 수사에 앞서 법규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로 내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파악되면 정식 사건번호가 부여(입건)되고, 내사를 받던 피내사자는 피의자로 전환된다.

같은 날 조 전무는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로부터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김 후보는 고발장 제출과 관련해 "노동자를 모독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일상이 된 기업인들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조 전무는 폭행죄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한항공의 이미지 악화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에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이름과 태극문양의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이름과 기업로고를 변경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조 전무는 물론 조 전 사장과 조원태 사장의 과거 행적까지 문제 삼으며 태극마크를 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항공사로 대한항공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좌불안석'…경영진은 '묵묵부답'= 이런 분위기에 대한항공 직원들은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 때문에 우리가 부끄러운 상황이 자꾸 벌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한 직원은 한 온라인 익명 게시판 대한항공을 불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까지 올렸다. 이들은 "회사와 경영진이 변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직원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도 심경을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 전무가 광고 대행업체 직원에게 보낸 사과 메시지를 게재한 뒤 "하나는 배운 듯합니다. 진심이 아니더라도 빨리 덮자고 말입니다. 뉴스 나오니 사과하는 건 진정성 보다 본인의 이익을 위한 거겠죠"라며 "그러나 본인을 위한 사과는 피해자 입장에서 우롱과 조롱으로 느껴질 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직원들의 애타는 심정과 달리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아직 공식적 반응이나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현재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 전무는 사건 의혹이 제기된 12일부터 휴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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