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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내연기관車 섀시 활용하는 전기차…‘전용 플랫폼’ 구축 과제
입력 2018-04-04 13:56   수정 2018-04-12 14:39
초기 개발비 줄이려 대부분 소형차 개조한 EV…전기차 전용 플랫폼 대중화돼야

“전기차는 충돌 안전도가 떨어지는가”라는 송곳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가 맞다.

테스트 방법에 따라, 그리고 차종에 따라 충돌 안전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전기차는 사고 때 위험하고 내연기관차가 안전하다”는 방식의 이분법적 논리에는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도로 위에서 점진적으로 전기차를 만나는 경우가 많아지는 만큼 이들의 ‘충돌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내연기관 자동차 중심으로 발달한 충돌 안전 기술이 전기차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안전과 편의장비보다 ‘친환경’에만 초점 = 국내에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일반 대중을 위한 양산모델이 아닌, 완성차 메이커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도전한 친환경 모델이 대부분이었다.

1984년 기아산업은 봉고 이후에 큰 인기를 끌었던 12인승 승합차 ‘베스타’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개발했다. 이후 국가 주요 행사 또는 스포츠 행사 등에 베스타 전기차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드러냈다.

베스타 전기차는 당시 서울에서 열린 국제 마라톤 경기에서 촬영 및 경기지원차로 활약했다. 방송장비와 카메라, 촬영 인원을 가득 싣고 마라톤 선두그룹과 함께 달렸다. 선두를 달리던 마라토너들도 디젤차의 매캐한 배기가스를 마시지 않아 좋았다.

반면 주행거리가 문제였다. 요즘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항속거리 500㎞를 바라보고 있지만 당시 전기차 기술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였다. 때문에 마라토너들이 달리는 42.195㎞의 주행조차 버거웠다. 2대의 베스타 전기차는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이후 그 자리에서 배터리가 방전돼 주저앉기도 했다.

이후 20여 년 동안 친환경차 전기차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일반 양산차를 기반으로 동력원만 바꾼 차들이었다. 무게가 가볍고 공간활용도가 높은 경차 또는 소형 SUV가 주로 이용됐다. 겉모습은 일반차와 똑같았고 속만 전혀 다른 차였다.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한 현대차 아이오닉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친환경차는 일반 양산차의 뼈대를 이용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대신 양산차 섀시 이용하는게 문제 = 그렇게 먼 나라 이야기였던 전기차가 2010년대 들어 속속 증가하기 시작했다. 독일 폭스바겐에서 시작한 ‘디젤 게이트’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안으로 전기차 수요를 끌어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완성차 메이커는 기존 양산차를 바탕으로 속속 전기차를 선보였다. 초기 개발비용을 줄여야 하는 만큼, 잘 팔리는 소형차 또는 경차를 개조하는 방법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는 충돌 안전성보다 주행거리에 개발 초점을 맞췄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승차감과 주행성능, 안전장비와 편의성 등에서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뒤떨어지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들의 안전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예컨대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신차 안전도 종합평가에서 쉐보레 스파크 EV(전기차)는 종합점수 85.1점을 받았다. 반면 같은 차체의 가솔린 모델은 87.7점을 얻어 전기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충돌 안전성 면에서 내연기관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자동차 섀시 설계 전문가는 “현재 국내와 미국, 유럽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차 안전도 평가 가운데 충돌 테스트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맞춘 평가 기준을 이용하고 있다”며 “전기차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같은 평가방법을 이용하면 경우에 따라 전기차가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동축으로 버티는 내연기관車, 전기차는 전선이 자리해 = 정면 충돌 테스트의 경우 전기차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의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차 앞면의 절반 수준(45% 추돌)만 충돌하는 ‘오프셋 충돌 테스트’의 경우 전기차가 불리할 수 있다.

충돌 안전도를 결정짓는 기술은 차체 뼈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설계할 때 차체를 단단하게 만들기보다 기본적으로 S자 형태로 휘어지도록 만든다. 그래야 차가 찌그러지면서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내연기관의 경우 이런 뼈대 사이사이를 구동계 부품이 지탱하고 있지만 전기차는 그와 구조가 다르다.

내연기관 앞바퀴굴림차는 보닛 안에 엔진과 양쪽 앞바퀴를 여러 개의 단단한 링크(연결대)와 구동축 등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전기차는 이 자리에 두터운 전선이 존재하는 구조다. 동일한 차체라면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충돌 안전성에서 불리할 수 있다.

해결 방법은 시간이다. 전기차가 좀더 대중화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충돌 안전도를 감안한 설계가 속속 등장할 수 있다. 아직은 시장 진입 초기인 데다 당분간 과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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