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준비 속도내는 삼성-SK

입력 2018-04-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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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선공을 날렸다. 1조 원 이상의 양도세를 지불하는 정공법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정부와 재계의 눈길은 삼성을 향해 있다. 삼성 저격수로 알려진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순환출자 해소 등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더욱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일 삼성 관계자는 “순환출자에 대해서 시기나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공정위가 8월 말까지 처분하도록 명령한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지분 404만주(2.11%)는 기한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다며 8월 26일까지 해당 지분을 모두 처분하도록 했다.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이를 사들이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재로 사들이는 방안 등이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삼성생명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도 골칫거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 초 “삼성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라고 말했을 정도다. 삼성전자 지분은 이건희 회장 3.88%를 비롯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5.37%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 계열사를 합치면 20%에 육박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각각 이 부회장과 이 회장이다. 이런 출자 고리를 끊어내라는 게 공정위의 요구다.

금융당국이 올 하반기 시행을 예고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과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에선 그룹 계열사 간 출자를 자본적정성평가 때 배제하도록 한다. 이 경우 삼성물산의 삼성생명 출자나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출자 등이 전부 또는 일부 ‘적격자본’에서 빠진다. 그러면 삼성생명은 자본 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허용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취득원가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가치는 현재 시장가격에 맞춰진다. 이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20조 원 이상을 처분해야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통해 경영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의 경우, SK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를 어떻게 할 지가 고민거리다. 하이닉스는 덩치가 커졌지만, 그룹의 손자회사에 해당하는 탓에 국내 기업 인수합병 등에 제약이 있다. SK하이닉스를 더 키우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일부 개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고,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최근엔 다른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인적분할보다 더 안정적이고 잘할 수 있는 모델을 생각하고, SK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 일을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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