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현대기아차 북미 전략 수정 불가피

입력 2018-03-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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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관세 20년 추가 연장…美 사실상 시장개방 거부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따라 무관세 전환(2022년)이 예정됐던 한국산 픽업에 대한 '관세 부과 기간'이 20년 추가 연장됐다. 현대기아차의 북미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픽업 관세기간 20년 추가…사실상 시장 개방 거부=산업통상자원부가 26일 발표한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를 보면 한국은 철강 관세부과 대상국에서 제외된 반면, 전략적으로 준비해온 미국발 '픽업트럭' 수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은 2022년 무관세 전환이 예고됐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해 관세 부과기간을 20년 추가 연장했다. 나아가 한국의 자동차 안전 및 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를 촉구하며 미국차의 경쟁력 확대를 이끌어냈다.

이번 재개정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려온 픽업트럭 시장(점유율 약 15%) 진출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해당 프로젝트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픽업 무관세 시점이 20년이나 늦춰졌고,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국내 안전기준이 완화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국산차의 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브랜드보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 중인 유럽과 일본 브랜드 완성차가 우리 수입차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가 2022년 미국 수출을 목표로 추진해온 픽업트럭 양산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됐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현지 생산으로 관세 장벽을 넘어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구형 싼타페(DM)를 베이스로한 픽업 콘셉트 '싼타크루즈'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미국산 수입차 다품종 소량 체제 가능=픽업트럭의 무관세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우리 안전 기준도 일부 미국산 자동차에 맞춰질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수입을 허용하는 물량 기준이 제작사별 연간 2만5000대에서 두 배인 5만 대로 늘어났다.

2012년 FTA 개정 이후 우리나라 자동차 관리법에 일부 예외규정이 등장했다. 등화장치 안전기준의 경우 한국과 미국이 소폭 다른 규정을 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도 인정해주고 있다. 예컨대 방향지시등의 경우 현행법상 노란색 또는 노란색 전구를 쓰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2012년 FTA 체결 이후 미국 현지 규정인 붉은색 방향지시등을 예외 규정으로 두고 인정하고 있다.

현행 배출가스 기준은 2020년까지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을 설정할 때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해 연간 4500대 이하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수입 할당량)가 '업체당 5만 대'로 늘어나는 것도 한국 업체들로서는 잠재적 위협이다.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수요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이 쿼터가 늘더라도 당장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월 신규 등록 수입차 가운데 미국 브랜드의 비중은 6.8%에 불과했다. 독일 등 유럽(77.8%), 일본(15.8%)과 비교해 아직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차에 대한 안전기준이 완화되면, 미국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관세일 뿐 아니라 새로 한국 인증을 받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차종을 소량이라도 한국에 들여올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유럽, 독일차의 우회 수입량이 늘어날 개연성도 충분하다.

◇풀사이즈 대신 중소형 픽업 현지생산 가능성 대두=자동차 업계에서는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의 충격이 가장 큰 상태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북미 픽업시장을 겨냥해 콘셉트 모델을 선보이고 양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지만 사실상 이 계획이 무산됐다.

현대차는 그동안 2022년 미국 픽업시장 진출을 위해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단계적인 양산 프로젝트를 가동해 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부과기간 연장에 따라 현지 생산을 검토해야할 상황에 직면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 가시적인 피해가 없겠으나 장기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개정 협상으로 미국산 자동차는 복잡한 인증단계가 간소화되면서 다품종 소량 수입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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