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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괴롭힐 새 딜레마…‘노동자 대부족’ 시대 온다
입력 2018-03-14 15:48
2030년까지 인구 9% 증가·생산가능인구는 3% 그칠 전망…경제성장 엔진 멈출 수도

▲왼쪽 그래프: 미국 노동시장 참가율 추이. 단위 %. / 오른쪽: 미국 건설업체 CEO들이 인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한 비율. 단위%. 파란색: 당 해·회색:다음 해 예상. 출처 WSJ
미국 경제가 새로운 딜레마에 허덕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은 경기확장이 9년째로 접어들고 고용시장도 더할 나위 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미국에서 인력난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라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종을 울렸다.

화물 운송과 건설, 소매와 패스트푸드, 첨단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자리가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미국인은 2001년 이후 가장 많다고 WSJ는 전했다. 이는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근로자에게 단기적으로 희소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인구 동태의 변화와 부진한 생산성 향상에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 미국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인구가 9% 늘어나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3%에 그칠 전망이다. 펀드스트랏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토머스 리 리서치 대표는 “2017~2027년에 미국은 820만에 달하는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적어도 50년 만에 최악의 인력난을 겪게 된다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노동력 부족 현상은 미국 경제성장 엔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텍사스와 뉴멕시코주는 노동자 부족으로 유전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보유한 던킨브랜드그룹의 나이절 트래비스 CEO는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전략적 문제”라며 “앞으로 3년간 1000개 매장을 신설한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애와 약물 중독, 전과 기록 등으로 많은 사람이 노동시장에 편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2000년의 67%에서 현재 63%로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정책으로 노동인구 확대의 또 다른 통로가 폐쇄될 위험이 있다.

콘퍼런스보드의 개드 레바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생산성 증가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일자리의 상당수는 이미 지난 10년간 그런 자동화가 이뤄져 기술이 생산성 공백을 채우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노동력 부족은 두 가지 커다란 불안을 제기한다. 기업이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대폭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달 초 글로벌 증시 혼란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시장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지난 9년간 비교적 느린 경제성장에도 시장은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이는 향후 경제가 지금보다 더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미 인력 부족이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2011년에는 건설업체 CEO 중 13%가 인건비와 인력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으나 2017년에는 이 수치가 82%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째로 접어들었지만 미국의 주택 건설 속도는 정상적인 수준보다 10% 이상 느리다고 WSJ는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주택재고는 3.2개월분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체들은 이런 수치를 끌어올리고 싶어도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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