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이재용 부회장 웃어서는 안되는 이유

입력 2018-02-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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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구속 353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 구치소에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말한 석방 소감이다.

세심히 살피겠다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먼저 그가 재판 과정에서 말했던 ‘승마지원’ 과정에서의 부적절해 보이는 대응 등을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은 나중에 알고 난 뒤에 보니 적절하지 못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이유가 바로 승마 지원이다. 그동안 정권의 요구에 관행적으로 대응해왔던 많은 것들이 법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더 나아가선 국민 신뢰 회복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이 부회장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항소심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많은 네티즌은 비난부터 내뱉었다. 왜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 판결문을 세심히 읽기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 이름을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올렸다. 법위에 삼성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작년 1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는 ‘삼성 장학생’이라는 매도와 문자 폭탄 피해를 입었다.

사실 이재용 부회장은 억울할 수 있다. 2심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이득을 주려고 기업들을 겁박했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그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업들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판결은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치 권력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운이 나쁘면 뇌물죄에 걸릴 수 있다고 덜덜 떠는 기업들로서는 그나마 경영 활동에 전념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새 출발 해야 한다.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신뢰의 회복이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이면서도,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깔린 모순적인 기업이 바로 삼성이지 않나. 스마트폰, TV, 반도체 세계 1위에 머무르면 안된다. 사랑받는 기업, 윤리적인 기업, 국민들과 함께 하는 기업 1위에 이름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본인의 경영철학 중 ‘사업보국’을 첫 번째로 손꼽았다.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 더 나아가 인류에 공헌하고 봉사하겠다는 의미다. 지금이 바로 사업보국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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