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스턴 스포츠…쌍용차 진화의 아이콘

입력 2018-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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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 렉스턴 위에 개방형 적재함 더해…6단 변속기 박진감 일품

▲렉스턴 스포츠는 SUT 만들기가 정점에 다다른 쌍용차 기술력이 오롯이 담겨있다. G4 렉스턴보다 노면 소음이 줄었고 6단 트랜스미션의 초기 가속이 육중하다. (사진제공=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코드네임 Q200)는 G4 렉스턴(Y400)과 궤를 달리한다. 애써 차이점을 찾아낼 이유도 없다. 그저 렉스턴 역사상 처음으로 보디 스타일이 달라진, 또 하나의 렉스턴이 등장했다는 사실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면 혼란은 가볍게 마무리된다.

강원도 춘천 소남이섬 인근에서 언론을 대상으로한 시승회가 열렸다. 이른 아침, 렉스턴 스포츠들이 나란히 코끝을 맞추고 늘어섰다.

굳이 개방형 적재함이 아니어도 새 모델은 눈매부터 달라 보인다. 프론트 그릴 윗부분(검정으로 통일했던)은 보디 컬러로 바꿨다. G4 렉스턴과 뚜렷하게 달랐던 첫 인상은 여기에서 시작했던 셈이다.

차를 둘러볼수록 날로 명민해져가는 쌍용차의 조립 기술력이 와닿는다. 승객석과 적재함 사이의 간극만 아니라면 ‘프레임 보디’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을 수 있다. 촘촘한 이음새가 유럽 폭스바겐의 정교함에 모자라지 않는다.

렉스턴 스포츠의 콘셉트는 뚜렷하다. 이제껏 쌍용차의 SUT(Sports Utility Truck)는 모조리 ‘어퍼 미들 클래스’가 베이스였다. 즉 최고급 모델은 고급형 SUV로 정점에 자리하되, 아랫급 중형 SUV를 바탕으로 개방형 적재함을 얹어 SUT를 선보여 왔다.

▲가속페달 감각에 익숙해지면 5미터가 넘는 SUT를 가볍게 다룰 수 있다. 직렬 4기통 2.2리터 LET 엔진은 큰 덩치를 몰아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예컨대 무쏘 스포츠 위에 렉스턴이 존재했고, 액티언과 코란도 스포츠가 팔릴 때에도 언제나 정점에는 렉스턴이 있었다. 그만큼 렉스턴의 존재 당위성은 컸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철옹성 같았던 이런 룰은 렉스턴 스포츠에 와서 간단하게 깨졌다. 렉스턴이 SUT로 가지치기 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쌍용차 SUT가 한 단계 진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동시에 많은 변화도 숨기고 있다. 바로 쌍용차 라인업 변화다. 렉스턴이 SUT를 내놓으면서 G4 렉스턴의 윗급으로 초호화 SUV가 필요해졌다. 체어맨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슬며시 기대감도 밀려오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는 전통적인 쌍용차의 프레임 보디 플랫폼이 밑그림이다. 앞 더블위시본, 뒤 5링크 타입 서스펜션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모델이 커질수록 조금씩 구조를 바꾸고 있는 서스펜션이다. 그러면서도 최적의 매칭 포인트를 잘 찾아내고 있다.

쌍용차는 같은 모델에 2가지 서스펜션을 자주 써왔다. 니치 마켓을 겨냥한 모델이 종종 이런 방식을 쓴다. 과거의 뷰익과 캐딜락이 그랬고 마세라티도 2가지 서스펜션을 쓴다.

2007년 렉스턴2가 처음 도입했던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쌍용 SUV도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를 보여준 좋은 사례다. 좌우 독립식 서스펜션은 고급 세단에 견줘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랫급에서는 5링크 서스펜션을 버리지 않았다.

G4 렉스턴도 마찬가지로 서스펜션이 2가지다. 새로 나온 렉스턴 스포츠에는 5링크 서스펜션만 맞물렸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아는 사람만 아는 차이점이다.

▲자연과 함께 어렵지 않게 좋은 그림을 만들어내는 렉스턴 스포츠.

트랜스미션도 다르다. G4 렉스턴은 메르세데스-벤츠의 7G 트로닉을 바탕으로한 7단 변속기. 렉스턴 스포츠는 아이신 6단 변속기를 맞물렸다. 이쪽이 좋고 저쪽이 나쁘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판단할 수 없다. 같은 엔진 회전수를 7개로 부드럽게 쪼개 쓰느냐. 6개로 박력있게 몰아붙이느냐의 차이다. 두 가지 모두 장점이 뚜렷하다.

과거 렉스턴2 디자인은 암팡졌다. 큰 차를 작아보이게끔 만든 절묘함도 서려 있었다. 반대로 G4 렉스턴은 그렇지 않아도 큰 차를 더 우람하고 육중해 보이게끔 만들었다. 디자인 차이가 묘한 감흥으로 이어진다. 나쁘지 않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의 균형미는 완벽에 가깝다. 애초 개발 초기부터 SUT를 염두에 둔 덕이다. 적재함을 억지로 가져다 붙인게 아닌, SUT 만들기가 경지에 다다른 쌍용차의 명확한 자신감도 적재함에 실려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SUT에 관한한 쌍용차가 독보적이다.

차 앞뒤 펜더를 아우르는 보디라인은 육중한 차체를 더욱 커 보이게끔 만든다. 선과 선 사이를 채워놓은 풍부한 면은 현란한 기교 대신 담백한 멋을 품었다.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본능적으로 빈 공간을 그냥 두지 않는다. 무엇을 그려넣든 빈 곳을 메우려는 욕구가 강하다. 보디 빈공간을 볼 때마다 입술을 깨물어가며 욕심을 참아낸, 여백을 살려낸 쌍용 디자이너의 인내력이 엿보인다.

▲익스테리어의 균형미는 실내에도 스며들었다. SUT로써 차고 넘치는 고급스러움도 지녔다.

운전석에 올라앉으면 5미터가 넘는 차의 크기를 망각하게 된다. G4 렉스턴은 룸미러 끝 아득한 곳에 3열이 자리했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는 2열 뒤쪽을 싹둑 잘라내면서 큰 차에 대한 거부감도 잘려나갔다.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다.

직렬 4기통 2.2리터 LET 엔진은 최고출력 181마력을 낸다. OM661 시리즈에서 시작한 4기통엔진 블록은 2.3→2.0→2.2리터로 옮겨 다니며 정부 규제를 부지런히 피하고 있다. 한때 5기통 엔진에 밀려 폄훼 당하던 유닛이지만 이제 쌍용차의 주력,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로 남아있다.

네바퀴굴림 방식은 파트타임 4WD다. 그동안 쌍용차는 기계적인 TOD, 온로드에 점철된 AWD(4트로닉) 등 원하는 만큼 이래저래 많은 시스템을 써봤다. 자율주행차와 전기차가 도로를 넘나드는 세상에 굳이 파트타임을 고집하는 이유는 알 길이 없다. 오히려 TOD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희귀해진 방식이다. 매력일 수 있다.

▲파트타임 4WD는 진공밸브를 이용해 가볍게 맞물리고 부드럽게 풀린다. G4 렉스턴에서 제기됐던 AWD의 필요성은 렉스턴 스포츠에서 완벽하게 사라졌다. 오히려 4WD가 마음 편하다.

운전감각은 G4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다. 억지로 꼽아보자면 노면 굴곡을 넘어설 때 1차 충격은 두 차가 동일하고, 2차로 밀려오는 바운싱 차이는 뚜렷하게 다르다. 말랑거리는 G4 렉스턴(멀티링크)과 달리 렉스턴 스포츠는 단박에 자세를 잡는다. 전자는 부드럽고 후자는 탄탄하다는 표현이 맞다.

풍절음은 서로 비슷하고 노면소음은 오히려 렉스턴 스포츠가 잘 틀어막았다. 실내공간이 상대적으로 G4 렉스턴보다 작다보니 공간 울림과 외부 소음이 실내에 스며들 틈이 적다.

SUT는 코너에서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으며 달리는 차가 아니다. 핸들링은 이 정도 덩치를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렉스턴 스포츠는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다. G4 렉스턴과 비교한다면 단순한 ‘진화’에 머물게 된다. 반대로 기준점을 전작인 코란도 스포츠에 둔다면 놀라운 혁명으로 여길만 하다. 판단은 당신 몫이다.

▲새 모델은 SUT 만들기가 경지에 올라선 쌍용차의 기술력을 오롯하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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