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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인사이드] 새벽부터 줄서서 겨우 신청… 전기차 보조금 ‘하늘의 별따기’
입력 2018-01-24 10:35
보조금 받으면 이사도 어려워… 다른 지역에 중고로 팔기도 난관

▲전기차 보급의 최대 난관은 1회 충전 항속거리와 충전이었다. 이들이 점진적으로 해결되면서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 혜택 규모를 크게 앞지르는 수요가 몰리기 시작했다. 사진은 SM3 Z.E. 충전 설정 모습. (사진제공=르노삼성)
 

눈 뜨고 일어나니 전기차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가물에 콩 나듯’ 거리에서 전기차를 만날 때도 있다. 대형 마트 주차장 구석에도 전에 없던 충전소가 들어섰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새해부터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정부가 올해를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았다. 전기차들도 운신의 폭을 넓혔다. 한 번 충전으로 200㎞ 주행이 불가능했던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 1회 충전으로 400㎞를 넘나드는 전기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들떠 있다. 나라에서 마련한 국고 보조금에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구입 단계에서 다양한 세금 혜택을 포함하면 웬만한 중형차 값에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전기차의 속내도 존재한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보조금 따느니 하늘의 별을 따겠다” = 대한민국 정부가 개인이 자동차를 살 때 허투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전기차는 4000만 원대. 여기에 나라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면 2000만 원대로 가격이 낮아진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속내를 알아보면 사정이 다르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4년 1075대에서 2015년 2907대, 2016년 5914대, 지난해 1만3826대로 계속 늘었다. “전기차 판매가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다”는 뉴스의 뒷면에는 다양한 배경이 서려 있다. 일반 신차와 가격이 동일하다면 5배 또는 10배가 성장할지 모를 일이다.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이 2배씩 늘었기 때문에 전기차 판매도 2배 성장에 머무른 셈이다.

 먼저 환경부는 올해 2만 대(지난해 이월분 5000여 대 포함)로 책정된 전기차 국고보조금으로 총 2400억 원을 마련했다. 작년까지는 차종에 관계없이 보조금을 1400만 원 정액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주행가능 거리와 배터리 용량 등을 따져 보조금을 차등화했다. 모델별로 적게는 1017만 원, 많게는 1200만 원까지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고맙게도 지자체에서도 보조금을 준다. 문제는 여기에서 불거진다. 지난해까지 최대 1200만 원까지 지원금을 지자체에서 책정해 지급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금액을 받기는 불가능했다. 1200만 원을 준비한 지자체는 울릉도가 유일했다.

 다른 지자체는 적게는 300만 원에서 600만 원 안팎의 보조금을 준다. 그나마 예산이 떨어지면 보조금 자체를 받을 수 없다. 경기도 평택시 기준 올해 마련한 전기차 보조금은 25대가 전부다. 26번째 구입고객은 보조금을 포기해야 한다. 그나마 개선된 상황이다. 2015년에는 1대에 불과했다.

 지자체별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충북 청주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반대로 보조금이 가장 적었던 전남 여수는 끝내 전기차 보급이 애초 계획에 미달되기도 했다.

 눈물을 머금고 지자체 보조금을 포기하며 국고 보조금만 받아 전기차를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조차 지자체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나아가 지역에 따라 일정 기간(최소 6개월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지역 주민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올해부터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한 정책도 나왔다. 전기차 보급사업을 하지 않는 일부 지자체에 거주한다면 국립한국환경공단을 통해 500대에 한해 국가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일찌감치 동날 수 있으므로 서둘러야 한다. 이래저래 보조금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전기차를 중고로 되팔겠다고? 누구 마음대로 = 전기차는 중고로 팔기도 어렵다. 지자체의 보조금은 ‘전기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따라 지급한다. 즉, 서울시에서 전기차 구입 때 보조금을 지급했으므로 이 차는 최소 2년 동안 서울시에 등록돼야 한다. 서울에서 구입한 전기차를 부산시민에게 중고차로 팔 수 없다는 의미다.

 때문에 편법도 등장했다. 부산에서 전기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서울로 주민등록을 편법 이전한다. 전기차를 구입한 다음에 다시 부산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경우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이를 대행해 주는 중고차 업계까지 나왔다.

 ◇“이사 가려고? 그럼 보조금 돌려줘야지” = 전기차를 구입한 고객은 이사 가기도 쉽지 않다. 예컨대 전기차 구입 단계에서 지자체 보조금을 받았다면 거주지를 이전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지자체별로 보조금 혜택자에게 약 2년 의무 거주 기간을 설정하고 있다. 만약 2년이 되기 전에 이사를 갈 경우 잔여 기간에 따라 ‘일할계산’해 보조금을 반납해야 한다. 물론 서울에서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서울에서 인천은 물론 경기도로 이사를 갈 때에도 남은 기간에 따라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에도 상황이 달라진다. 피치 못한 충돌사고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차를 폐차해야 할 경우 이 사실을 지자체에 알려야 한다. 지자체에 따라 이 과정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반납을 요청하기도 한다. 지자체 조례안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했으니 응당 이 같은 행정 절차를 남겨 놓기도 한다.

 실질적인 전기차 구매에 따른 보조금 신청은 지자체별로 상황에 따라 2월 이후 접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별 전기차 보급 일정과 공고문은 환경부 충전소 누리집(ev.or.kr)에 이달 말 게재될 예정이다.

 배터리 용량에 관계없이 1년 세금은 13만 원이다. 유지비도 가솔린 대비 6분의 1수준이다. 조용하고 잘 달리며 승차감도 묵직하다. 이런 장점을 앞세운 폭발적인 인기 뒤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불편함도 속속 숨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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