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아시아] 동남아 금융업계, 디지털화에 구조조정 본격화

입력 2018-01-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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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SCB, 직원 수 절반으로 축소…모바일 뱅킹·AI 바탕으로 한 업무 효율화 추구

▲태국 방콕의 한 시암커머셜뱅크(SCB) 지점에 회사 로고가 걸려있다. 블룸버그
동남아시아 금융업계에 디지털화와 핀테크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자산 규모 기준 태국 3위 시중은행인 시암커머셜뱅크(SCB)는 향후 3년간 지점 수를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직원 수도 절반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동남아에서 태국은 가장 먼저 고령화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그동안 인력에 의존해왔던 은행들은 업무 효율화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SCB는 현재 1153개에 달하는 은행 지점을 400개로 축소하는 것이 목표다. SCB의 지점 수는 일본 대형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766개)의 1.5배에 달한다. 태국 인구가 6900만 명으로, 일본의 1억2700만 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방대한 규모다. SCB는 모바일 뱅킹으로의 전환과 창구 업무 디지털화 등을 통해 지점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만7000명에 달하는 직원 수도 1만500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점당 10명인 창구직원 수는 약 5명으로 축소한다. 다만 해고가 아니라 퇴직과 신규채용 중단, 보직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인 감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SCB는 강조했다. 올해에만 3000명의 직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시드 난다위다야 SCB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대규모 변화는 고객 서비스 관련 비용을 30%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폐쇄될 지점 일부는 투자 자문과 중소기업 지원 등을 맡는 ‘고부가가치 창출형 서비스 센터’로 변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구조조정 계획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AI와 로봇이 대체하는 부문은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기존 직원들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고객 관계 관리자’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CB는 또 기존의 기업대출에만 집중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개인대출이나 신용카드 등 소비자 대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시드 CEO는 “우리가 단순히 고수익 사업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신세대 중소기업인을 지원하려는 의도”라며 “부실대출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고객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미 태국 은행권은 모바일 뱅킹의 확대 등을 통한 ‘다운사이징(Downsizing·몸집 줄이기)’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SCB의 성패에 따라 은행권의 구조조정 열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태국 중앙은행 집계에 따르면 현지 은행 지점 수는 지난 2015년 말 7061개로 정점에 달했다고 2년 연속 감소한 끝에 지난해 말 6786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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