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에 월 4000원 지급” 베네수엘라 마두로, 초인플레 속 공수표 남발

입력 2018-01-16 15:28수정 2018-01-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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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에게 월 70만 볼리바르 지급…실제 가치는 4000원 불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7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라카스/AP뉴시스
베네수엘라가 살인적인 물가에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국민의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복지 혜택을 발표하고 있지만 물가가 너무 높아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다.

마두로는 연례 국정연설에서 임산부들에게 월 70만 볼리바르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 가치는 3.83달러(약 4070원)에 불과하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머니가 보도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어머니들은 추가로 100만 볼리바르를 받을 수 있다. 이 또한 달러로 환산하면 5.48달러밖에 안 된다.

실질적 효과가 없는 마두로의 연설에도 지지자들은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면서 의약품과 식품 등 기초 생필품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에 놓여있다. 임산부들에게 돈을 줘도 도움이 전혀 될 것 같지 않다고 CNN머니는 꼬집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널리 쓰이는 비공식 환율에 따르면 1달러 가치는 약 18만2000볼리바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약 4만1000볼리바르에서 네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주민 대부분은 정부의 공식 환율이 볼리바르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판단해 거의 쓰지 않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스티브 한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은 4000%가 넘어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전형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마두로는 여전히 대중의 분노와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임산부 지원 등 공수표(空手票)를 남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여러 차례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50만 볼리바르의 ‘크리스마스 바우처(Christmas voucher)’를 400만 가구에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바우처 가치는 약 12달러였고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2.74달러에 불과하다.

그는 이달 초 민간 슈퍼마켓에 식품 가격을 대폭 낮추라고 지시하는 등 물가 잡기에도 나섰으나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베네수엘라는 슈퍼마켓이 제품 대부분 가격을 정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등 서구권 국가의 간섭과 제재가 최악의 경제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에 대한 잘못된 대처, 갈팡질팡하는 정책, 전반적인 부패가 3000만 베네수엘라 국민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마두로는 임산부 지원에도 정치적 의도를 포함했다. 임산부들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정부가 발행한 새 주민등록증을 소지해야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새 주민등록증은 마두로를 지지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주민이 새 등록증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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