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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網사용료분쟁 下] “우리나라 국익에 부합하는 ‘網중립성 제도’ 수립돼야”
입력 2018-01-16 10:41
[망중립성 폐지에 찬성]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김현경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 시절 확립된 강력한 망(網) 중립성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에 미칠 파장에 대해 언론과 업계 간 논의가 고조되고 있다.

 ‘망 중립성’은 통신망 제공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망 사업자, 즉 통신사가 트래픽이 많은 콘텐츠를 임의로 차단하고,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받을 수도 있다. 통신사는 플랫폼·콘텐츠 사업자들이 망을 이용해 이득만 챙기고 망 투자 비용은 고스란히 본인들이 전담하므로 망 중립성 원칙의 폐기를 지지한다. 반면 플랫폼·콘텐츠를 제공하는 망 이용 사업자는 공정경쟁 기반 조성, 서비스 혁신 및 우수 콘텐츠 개발 유인 보호를 위한 중립적인 트래픽 관리를 요구한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히 외국 정책의 수입이 아니라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제도의 설계다. 아무리 좋은 선진제도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산업적·역사적 환경에 비추어 볼 때 국내에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 있다. 하물며 망 중립성 원칙의 폐기가 ‘선진 제도’인지에 대해서는 미국에서조차 수십 년째 논의 중이며 완전히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AT&T, 버라이존, 컴캐스트 등 미국의 망 사업자는 직접 인터넷 망을 설치하고 망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망의 제공이 공공성이 중시되는 ‘공공 서비스’인지, 아니면 상업성이 중시되는 ‘정보 서비스’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망’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공공서비스로 오랫동안 국영기업 또는 공기업의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민영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는 정부가 소수의 사업자에게만 진입을 허용해 독점을 보장해 주되, 보편적 역무 등 특별한 의무를 부과하는 형태다. 따라서 ‘망’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우 진입 규제는 허가제로 이루어진다. 즉 ‘망의 제공’은 국가가 독점을 보장해 주는 사업으로,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공공서비스다. 국가 정책적 보호 속에서 성장해온 망 사업자는 경쟁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수직결합을 통해 지배력을 콘텐츠, 플랫폼 영역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망 중립성의 원칙이 온전히 준수되고 있지 않다. 국내 대표적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는 2016년 734억 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100억 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지급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SK텔레콤은 자사가 지분을 50% 갖고 있는 SK플래닛 11번가에 데이터 과금 없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지금껏 트래픽 사용료를 국내에 지불하지 않았던 구글, 유튜브 등 국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트래픽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사업자는 혁신적 서비스를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수자원공사에서 제공하는 물의 수질이 사용료에 따라 각각 다르다고 생각해 보자. 물 사용료 지불 여력이 큰 사람은 더 좋은 수질을 공급받고, 그렇지 못한 국민은 낮은 수질의 물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정수기 제조사가 세금 이외에도 정수기 판매량에 따라 별도의 물 이용료를 추가적으로 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나마 수자원공사는 정수기 업체가 없어도 물 이용료를 징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콘텐츠나 플랫폼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용자는 망을 이용할 이유도, 따라서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이유도 없다.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이유는 망 자체를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라 망을 통해 제공되는 게임, 동영상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즉, 콘텐츠나 플랫폼 서비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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