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戌年 부동산 시장 대전망] “정부 規制 강화에 시장 숨 고르기… 하락폭은 미미”

입력 2018-01-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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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고강도의 정책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1월 1일부터 각종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는 등 규제가 본격화된다. 때문에 시장은 대체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미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실수요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 역시 올해 시장에 대한 예측에 애를 먹고 있다. 이투데이는 학계를 비롯해 금융권, 전문 연구기관, 투자기관, 시장 전문가 등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올해 시장을 전망했다.

◇부동산시장 지난해 빅 이슈는 쏟아진 규제들 = 2017년 부동산 시장은 최근 들어 가장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여줬다. 청약 열풍이 불며 서울 강남 재건축을 비롯한 일부 지역들은 수십~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매매가격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다 보니 가계부채 역시 급증세를 보였고 새로 들어선 정부도 어느 정책보다 앞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거의 매달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6·19 대책, 8·2 대책, 9·5 대책)을 내놨고 10·24 가계부채 대책, 11·29 주거복지 로드맵, 12·13 임대등록 촉진 방안까지 말 그대로 숨 쉴 틈 없이 쏟아냈다.

전문가들 역시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이슈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를 들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2017년 가장 큰 이슈는 8·2 대책을 꼽을 수 있다”며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의 지정으로 나타나는 부동산 시장규제는 거래시장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규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과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지영 R&C 연구소장도 올해 가장 큰 부동산 이슈로 8·2 대책을 동일하게 꼽았다. 설문에 참석한 나머지 전문가들 대부분도 규제 강화를 꼽아 큰 맥락에서 올해 가장 큰 이슈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아쉬운 대목을 다르게 짚었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일관된 투기 억제 정책방향, 임대주택 공급책,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방향 유도 등을 꼽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정책적 일관성과 적극성이 좋았다”며 “가계부채대책 등 장기 불안 요인에 대한 사전 대응과 관리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이번 정부는 다주택자 및 갭투자 수요 등 가수요자에 대한 일관성 있는 투기억제 정책을 보였다”며 “주거복지로드맵 등을 통해 세입자 주거비 경감 유도, 세입자 스스로 임대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자구책 마련 등은 분명 잘한 정책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아쉬움을 드러낸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거시경제에 대한 고려와 서민들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는 점을 꼽았고, 허 연구위원은 “급격한 정책 변화로 변동성이 커졌다”고 답했다. 권 교수의 경우 “시장경제인지 계획경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부동산은 보합 또는 하락… 수도권 주목 = 올해 국내 전국 아파트 분양(승인) 예정 물량은 32만여 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2017년 37만 가구 대비 8.1% 감소한 물량으로 2015년 51만 가구, 2016년 49만 가구와 비교해서 크게 줄었다. 반면 입주물량은 사상 최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입주물량은 43만9000가구로 지난해 38만4000가구 대비 14.6% 증가했고 이는 집계 이후 역대 최대 물량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달라진다. 서울 입주물량은 3만5000가구로 평년 대비 78% 수준에 불과하다.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 전문가들의 시장 예측도 엇갈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장 전망은 10명 중 4명이 보합세를 선택했다. 상승과 약보합은 각 2명씩, 강보합과 하락을 예상한 전문가가 각 1명씩으로 집계됐다.

권 교수는 “양도세 중과세로 매물증가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매도자가 가격을 쉽게 낮추지 못할 것”이라며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보합세 내지 약간의 가격상승과 하락이 혼조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하반기에 하락세를 점친 전문가는 절반이었다. 보합세는 3명, 강보합과 약보합을 예상한 전문가가 각 1명씩이었다. 하반기 상승세를 전망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어 내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어두움을 알 수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하반기의 경우 서울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며 견인차 역할을 하겠지만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지역별 차별화로 접근했다. 박원갑 연구위원은 상·하반기 모두 보합세를 예상한 가운데 서울은 강보합, 수도권은 보합, 지방은 약보합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눈여겨봐야 할 지역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이견을 보였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남 지역을 꼽은 전문가가 절반인 5명을 차지했고 지방에서는 강원도를 꼽는 의견이 4명이었다. 특정 지역이 아닌 신혼부부희망타운 지역을 꼽은 전문가는 2명이었고 성남, 과천, 서울을 각 2명이 추천했다. 수도권에서 하남, 구리, 김포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 교수는 “서울의 경우 입주 대기 물량이 많지 않고 신규 주택 공급이 다양하지 않아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가격상승은 제한적이겠지만 마이너스 변동률까지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방의 경우 강원도에 이어 제주도와 부산광역시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각 3명이었고 세종과 신혼부부희망타운도 2명씩이었다. 대전과 대구를 추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김규정 위원은 “올해는 지방시장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며 “지방시장 하락 수준에 따라 전국시장 가격 방향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안명숙 부장의 경우 “서울 도심, 강남 재건축, 강원도, 부산 등 지역은 호재와 대기 수요가 많은 곳으로 하락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금리’와 ‘대출규제’가 좌우 = 전문가들은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 금융정책을 올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큰 이벤트로 보고 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전문가 10명 중 4명이 금리인상을, 4명이 대출규제를 꼽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주택담보대출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상환비율인 DTI제도를 개선한 ‘신DTI’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새롭게 받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기존에 받았던 주택 대출에 대한 이자 상환액만을 따져 대출액을 정했지만 올해부터는 기존 대출의 원금까지 포함해 대출을 많이 받은 경우 대출한도가 줄게 된다. 기존 DTI보다 차주의 가계부채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만큼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다주택자는 두 번째 신규주택담보대출 시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해 DTI비율을 산정하기 때문에 원금, 이자 상환 부담 증가로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입이 줄어들 수 있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조이는 게 핵심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전체 빚 규모와 이를 갚을 능력까지 고려해 대출금을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도입된다. ‘신DTI’에 DSR까지 도입될 경우 자금력이 있는 투자자를 제외하면 빚을 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수요자나 투자자는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권 교수는 “부동산은 자기자본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만큼 대출을 규제하면 부동산 구입이 어려워져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한다”고 말했다.

금리인상도 올해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6년 5개월 만에 금리가 인상되면서 금리가 1.50%로 조정돼 수년간 지속된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센터장은 “올해 2회 정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택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집값이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금리인상은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상 폭은 적지만 금리인상 자체가 심리적 압박을 가해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려서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이자가 늘어나 투입 비용이 많아져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급과잉 악재까지 겹칠 경우 함부로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공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와 입주물량도 올해 부동산 시장의 빅 이슈가 될 것으로 봤다. 올해 입주물량은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 44만 가구에 가깝고, 이달 전국 입주물량(4만 3066가구)만 해도 지난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공급과잉으로 이미 지난해부터 아파트 가격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경기도 화성은 올해 전세시장 가격조정과 미입주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주택자 중 2주택자는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10%, 3주택 이상자는 20% 가산세율이 붙는다. 양도세 기본세율이 6%에서 최고 40%임을 감안하면 3주택 이상자의 경우 최고 60%까지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유망 투자처는 역시 ‘아파트’… 공급책은 ‘기대반 우려반’ =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투자 유망 상품은 역시 아파트다. 10명의 전문가 중 절반이 아파트 청약을 꼽았고, 나머지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와 토지로 의견이 갈렸다.

양 소장은 “입주물량 증가와 다주택자의 매물, 투자수요 매물 등으로 급매물과 경매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아파트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특히 도심권 소형 아파트는 환금성이 뛰어나고, 앞으로 소규모 가구 등으로 수요가 탄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줄규제’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정부의 고분양가 규제로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청약시장에 나온 강남권 신규 분양 아파트들은 로또청약으로 불리며 흥행을 이끌었다.

심 교수는 “신혼희망타운 공공물량이나 서울 정비사업 일반분양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3명의 전문가는 토지를, 나머지 전문가 2명은 재건축단지를 투자상품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핵심지역 재건축 단지 개발수요는 영구한 테마로 재건축 아파트가 투자상품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3.3㎡당 4055만 원을 기록했다. 강남구의 아파트값이 3.3㎡당 4000만 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국을 통틀어 3.3㎡당 시세가 4000만 원 이상인 곳은 강남구가 유일하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했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의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동별로는 개포주공1∼7단지 등 재건축 추진 단지가 강세를 보여 개포동 시세가 3.3㎡당 5412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김규정 위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장기 투자용으로 저점에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서울 및 수도권에서 저평가된 지역으로 여의도를 비롯해 용산·광진·동작·관악·강동·수서·성동구, 경기 광명과 하남 등 서울 곳곳을 다양하게 꼽았다. 강북도심 전체와 마포구, 양주신도시, 김포신도시를 꼽는 답변도 나왔다.

권 교수는 동작·관악구를 저평가된 지역으로 꼽으며 “강남권에 위치하는데도 개발이 다소 늦어져 가격 상승푹이 낮다”며 “대부분의 수도권은 가격이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김포신도시의 경우 주거환경과 접근성이 좋아지는데도 시세가 아직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가장 긍정적인 정책을 주거복지로드맵으로 보고 있지만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권 교수는 “규제가 곧 시장 안정을 말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런 면에서 주거복지로드맵은 현실화될 경우 청년과 서민층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택지공급의 한계와 재원마련의 복잡성이 있는 만큼 공급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지적했다.

함 센터장도 “서민들을 위한 꼼꼼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주거복지로드맵은 긍정적인 정책”이라면서도 “재원 조달에 의구심이 있고,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도심지역 공급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한계에 부딪혀 강남을 비롯해 서울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은 무리일 것으로 함 센터장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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