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채용비리, 입사자까지 처벌해서 뿌리뽑아야 한다

입력 2017-12-27 10:54수정 2017-12-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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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바른정당 국회의원(부산해운대갑)

비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서 ‘공정’이 들어설 자리를 빼앗아버렸다. 강원랜드는 난장판이었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규모와 비리의 행태는 그동안 거론됐던 채용비리의 총체였다. 청탁으로 뽑히는 줄도 모른 채, 희망을 품고 응시원서를 제출했을 입사 지원자 95%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원랜드만이 아니었다. 금융감독원, 대한석탄공사 등 다수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어디에선가 불거져 나오는 단골 적폐다. 채용비리의 양태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사용주와 청탁자 사이에서 오가는 비리로만 생각했던 상식을 노동조합이 보란 듯이 무너트렸다. 일부 강성 노동조합이 채용비리의 당사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빈발한 사고로 우리 모두를 걱정하게 만들었던 타워 크레인 사업장에서 일어난 민주노총 지부의 조직적 채용 강요, 업무방해 행태를 고발했다. 민주노총은 소속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사업장 앞에서 시위하며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게 방해했다. 노조원도 아닌 사람들에게는 보호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핍박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가 의원실에 제보해 와서 알게 된 사실이다. 채용비리는 이런 공익 제보가 없이는 드러나기 어렵다. 회복 불가능 상태가 될 때까지 드러나지 않고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암세포와 같다. 그 암세포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서서히 죽여가고 있다. 실력보다 청탁이 힘을 발휘하는 채용비리야말로 청년들에게 제1호 청산 대상 적폐다.

채용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근절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컸으나 효력은 크지 않았고 오래가지도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드러남에 따라 공공기관 전수조사를 통해 채용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한 민·형사 책임뿐 아니라, 부정하게 채용된 직원의 채용도 취소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고 했다. 채용비리의 민낯을 얼마나 들춰낼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겠다.

그러나 부정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하는 것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 하나 우리가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채용비리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끊어내려면 비리를 통해 입사한 사람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채용비리가 드러나면 인사담당자 등 채용을 담당한 사람의 채용 규정 위반에 대해서만 처벌해왔다. 부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람까지 처벌하려면 인사담당자와의 공모관계를 입증해야만 했다. 그러나 진짜 채용비리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끊어내려면 인사담당자와 공모관계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부정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이에 부정한 방법을 통해 입사한 사람들의 채용 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채용시장의 공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청년들의 희망과 꿈을 빼앗는 채용비리 근절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적폐 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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