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머니 무브’ 가능성에 대한 진단

입력 2017-12-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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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참석했던 한 재테크 박람회에서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장은 많은 좌석이 확보된 대형 컨벤션센터였지만 너무나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자리에 앉은 사람보다 서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은행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으로의 ‘머니 무브’가 일어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는 얘기다.

현시점에서 왜 재테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을까? 적어도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1년 넘게 이어진 주식시장의 랠리다. 지난해 11월 코스피지수는 1983.48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 말의 코스피지수는 2476.37포인트다. 1년간 24.8%나 올랐다. 시장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지속하다 보니 투자에 보수적인 사람들조차도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정책금리를 기존 1.25%에서 1.50%로 인상하긴 했지만 이 수준의 금리에 만족할 사람은 많지 않다. 2007년만 해도 정책금리는 5% 이상이었다. 1.50%의 정책금리는 여전히 저금리의 영역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셋째, 앞으로 정책금리가 오르더라도 그 속도가 더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제시됐고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정책금리 인상은 이른 판단’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에 불과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인 2.0%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도 공격적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상의 요건이 충족됐다고 해서 무조건 머니 무브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창고에 인화성 물질이 아무리 많이 쌓여 있어도 누군가 불을 붙이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다. 돈의 대규모 흐름이 일어나려면 기폭제가 필요하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머니 무브의 기폭제는 그때마다 달랐다. 1999년에는 글로벌 정보통신 붐이 자금 이동에 불을 붙였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 한국산 정보통신 제품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성공적인 외환위기 탈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2006년 머니 무브의 방아쇠는 ‘브릭스(BRICs)’였다.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신흥국 경제를 낙관하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2005년 브릭스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5%였지만, 2006년에는 8.5%, 그리고 2007년에는 9.7%까치 치솟으며 투자자들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가장 최근인 2014~2015년의 머니 무브는 광대한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밝은 전망이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의 중산층이 소비를 크게 늘리고 한국과 일본 등 세계로 여행을 떠난 것이 이른바 ‘중국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를 높였다. 2012년 284만 명에 불과하던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3년 433만 명, 2014년엔 613만 명으로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국 관광객을 보며 중국 관련주 투자에 나섰다.

이번에는 어떤 요인이 머니 무브를 촉발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후보는 다양하다. 비트코인 등 이른바 암호화폐의 붐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할 수도 있다. 혹은 물가 안정 속의 안정 성장을 의미하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가 머니 무브를 유발할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선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머니 무브는 ‘구체적인 근거’가 뒷받침될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1999년의 정보통신 붐과 2006년의 브릭스 고성장, 그리고 2014년의 중국인 입국자의 폭발적 증가처럼, 투자자들의 가슴을 들뜨게 할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으면 머니 무브는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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