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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예루살렘’ 도발...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7-12-07 11: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을 통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선언하고, 후속 조치로 텔아비브에 있는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는 명령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인 결단에 감사한다”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으나 다른 아랍 국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당장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예루살렘은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라고 거듭 강조하고,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정책에 대해서는 “평화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외에 이집트 외무부는 트럼프의 결정을 “거부한다”고 밝혔고, 요르단 정부도 대변인을 통해 “기정 사실을 만들려는 일방적인 행동은 효과가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은 이슬람협력기구(OIC) 의장국인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로 대응을 협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슬림에게는 레드라인”이라며 “이스라엘과 단교할 수도 있다”고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OIC는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아랍연맹도 9일 긴급 회의를 열 전망이다.

미국과 대립하는 이란은 엄중하게 항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트럼프의 연설을 앞두고 “미국은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구 가자에서는 트럼프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 태웠다.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 근처에서도 트럼프의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베들레험 웨스트뱅크 시의 한 건물 담벼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대인 전통모인 키파를 쓰고 기도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베들레헴/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계획에 국제 여론이 이처럼 들끓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뿐만 아니라 중동의 대립 구조의 근간을 뒤흔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동 전문가는 트럼프 정권의 결정을 “축구 심판이 스스로 점수를 입력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1993년 팔레스타인 잠정 자치선언인 ‘오슬로 선언’은 이스라엘과 미래의 독립한 팔레스타인 국가 두 나라가 나란히 공존하는 최종 해결을, 논의로 목표로 하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이를 중재한 것이 미국이었고, 국제 사회는 두 국가 공존을 중동평화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특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이 수도라고 주장하는 예루살렘의 귀속은 어려운 문제다. 트럼프 정권이 공정한 중재자 입장을 포기하고 종교적인 성지를 둘러싼 문제에 일방적인 판단을 개입하는 것은 중동·이슬람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불안을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해 중동평화 협상 중재에 의욕을 보여왔던 만큼 이번 정책 결정에 대한 아랍 국가들의 배신감은 크다.

무엇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도발의 구실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오슬로 선언을 지지해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류와 비판해온 원리주의 조직 하마스는 지난 10월에 분열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예루살렘 계획으로 인해 하마스는 반 이스라엘 저항운동(인티파다)을 재개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알 카에다와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테러 조직의 활동은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앞두고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해외에 있는 대사관 등 미국 권익의 경비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에서 이스라엘에 있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공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가 곤두박질치는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미국 국내용 카드 의미가 짙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정권의 부적절한 관계가 의심되는 ‘러시아 의혹’에서 미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공조를 무시하고 자국내 사정과 자국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외교는 중동을 더욱 혼란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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