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세제 개혁, 스웨덴을 벤치마킹하자

입력 2017-12-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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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 경제 성장 가속화를 위해 감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증세가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감세를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자 증세를 고려하는 문재인 정부 모두 세제 개혁에서 스웨덴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떨까.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세계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크면서도 국민이 행복한 나라들로 꼽히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지속적인 세제 개혁을 통해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쿼츠는 최근 재미있는 기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감세 법안이 뜻하지 않게 높은 세금과 사회주의로 유명한 스웨덴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상속세 폐지다. 스웨덴은 1885년 상속세를 도입했으며, 1970년만 해도 그 세율은 65%에 달했다. 그러나 스웨덴 의회는 2004년 만장일치로 상속세 폐지를 결정했는데, 당시 세율은 30%에 불과했다.

스웨덴이 상속세를 폐지한 이유는 간단했다. 많은 부자가 각종 조세의 허점을 이용하면서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도 못 미쳤던 것이다. 이에 스웨덴은 세수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속세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속세를 폐지하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아니라 스웨덴 정부의 실용적인 접근이다. 끊임없이 세제를 검토해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과감히 개선하는 것이다.

스웨덴은 1991년 세제 개혁을 통해 당시 52%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30%로 낮췄다. 현재 스웨덴의 법인세율은 22%로,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스웨덴 소득세율이 약 56%에 이른다며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가져가기 때문에 사람들의 일하는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왜곡된 주장이다. 스웨덴에서는 15%의 고소득자만이 이런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일반 주민의 직접세 세율은 평균 30%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 스웨덴은 학비가 무료이고, 자녀 양육비도 국가의 보조를 받으며, 의료비 걱정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 정부가 제공하는 납세자 편의도 세계 각국이 배워야 할 점이다. 미국의 세법은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아서 미국인은 세금신고서 작성만 해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미국 조세재단은 지난해 미국인이 세금신고에 투입한 시간은 총 89억 시간, 세무사 상담 등 비용은 약 4000억 달러를 각각 넘는다고 추정했다. 반면 스웨덴은 정부가 알아서 세금신고서를 채우고 국민은 이를 체크해 서명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세금 납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세청은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은 공정한 행정은 물론 납세자의 입장을 고려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세청이 정부기관 중에서 가장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다.

나라마다 각각의 사정이 달라 스웨덴 모델을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감세든 증세든 상관없이 더 중요한 것은 세제를 합리적이고 쉬우면서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스웨덴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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