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 2019년 4월말 퇴위...생전 퇴위는 200년만

입력 2017-12-01 15:16수정 2017-1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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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현 일왕. 블룸버그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83)이 2019년 4월 30일자로 30년 만에 퇴위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왕의 생전 퇴위는 메이지(明治) 이후 200년 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지난해 8월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몸이 약해져 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어렵다”며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일본 정부는 전문가 회의를 거쳐 아키히토 일왕에 국한해 생전 퇴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례법을 확정, 이날 왕실 회의에서 퇴위 일정을 최종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결정된 내용을 오는 5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8일 각의에서 공식 의결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 일왕의 즉위 이래 사용해 온 헤이세이(平成, 올해는 헤이세이 29년) 연호는 31년만에 사라지며, 아키히토 일왕의 호칭은 상왕(上皇), 왕비는 상왕비가 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새로운 연호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적절하게 검토하겠다”고만 말하며 발표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새 연호는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퇴위 시기를 2019년 4월 30일로 정한 건 일본의 정치 일정을 고려한 것이다. 2019년 3월부터 4월에 걸쳐 지방선거가 실시되는데다 의회 새해 예산안 심의도 그 시기에 맞물려 있다. 이에 왕실은 ‘조용한 환경’에서 일련의 의식들을 마무리하려면 정치 일정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또한 4월 29일은 쇼와 일왕의 생일인 ‘쇼와의 날’이어서 그 이튿날인 30일 퇴위, 5월 1일 즉위하는 일정이 되면 왕실 관련 기념일이 3일 연속이 돼 국민에게 축제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2019년은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왕은 헌법에 따라 정치력이 없다. 역할은 ‘국가의 상징’으로서 봉사하는 것이다. 일본을 전쟁의 참화로 이끈 ‘대일본제국헌법(1889년)’ 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일왕이 이를 통치한다”고 씌여 있다. 그러나 전후에 만들어진 일본국헌법 1조는 “일왕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다.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 헌법이 일왕의 지위를 ‘상징’에 국한시키게 된 것은 일본이 2차 대전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가 옛 헌법이 일왕에게 부여한 ‘절대적 지위’에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아버지 쇼와(히로히토) 일왕이 서거한 후 1989년 1월 즉위했다. 2019년 5월 1일 아들 나루히토(德仁) 왕세자 즉위식에는 전 세계에서 고위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1989년 2월 히로히토 일왕의 장례식 때는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에서 수십명의 정상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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