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돌직구]박병종 콜버스 대표 “현행법에 없으면 불법? 새 길 뚫으려면 새 법 만들어야죠”

입력 2017-11-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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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규제로 심야버스 사업 위기에 전세버스 서비스 전환했지만...혁신 창업 위한 '규제 개혁' 절실

▲박병종 콜버스 대표가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
# 안정된 기자 생활을 접고 2년 전 촉망받는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한 박병종 콜버스 대표. 육체는 사라져도 정신만큼은 영원히 살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시작한 콜버스는 심야시간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 미니버스로 태워주는 ‘카풀’ 서비스다. 등장과 동시에 한국판 우버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과 서울시ㆍ국토교통부의 규제 때문에 사업은 난관에 봉착했다. 수개월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전환한다. 그렇게 등장한 게 전세버스 대절 예약 사업이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스타트업 시장에서 창업 아이템을 잃고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와 만났다.

△ 1년 만이다. 만나자마자 무거운 주제에 대해 질문해야겠다. 콜버스 사업은 수익을 내고 있나?

- 콜버스는 표류 중이다. 사업은 아직 접지 않은 상태지만 주력 사업을 전세버스 예약으로 바꾸면서 힘을 전혀 실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이행되지 않고 택시조합에서 차량을 늘리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콜버스 사업은 하면 할수록 손해만 보는 구조다. 수수료를 받는 사업의 특성상 차량을 200대 이상 운영해야 이익이 나는데 18대로 시작했다. 사업 시작 후에 차량을 늘려주겠다던 택시조합의 약속을 믿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은 그마저도 줄어 12대다. 차가 줄어들면서 출발지역도 서울 강남구로 한정됐다. 특정 지역에서만 마케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올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직원들과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전단을 돌렸다. 정말 힘들게 운영해 왔는데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른 사업을 고민해야 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서울시나 국토교통부에서 스타트업 키우려고 규제 완화한다고 하지 않았나?

- 콜버스는 도입 초창기부터 규제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앱을 출시하자마자 택시조합에서 우리를 불법이라며 서울시에 단속 요청을 했다. 당시 서울시는 콜버스가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을 못했다. 규제를 하자니 우버 사태 때문에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상태라 부담이 됐던 것 같다. 결국 서울시는 책임을 국토교통부로 넘겼다. 당시 여론이 콜버스에 대해 우호적이었고 택시의 승차거부에 대한 반발이 컸다. 여기에 창조경제를 내건 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와 혁신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기 때문에 국토부는 우리를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 때가 2015년 2월이었는데 택시운송조합에서 대규모 파업을 하고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났다. 그 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담이 됐는지 국토부가 상황 자체를 무마하려고 절충안을 내놨다. 택시조합의 주장대로 콜버스 사업에 전세버스 대신 대형택시(11인승 이상 13인승 미만)만 이용하라고 통보했다. 택시조합에서 버스가 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결사반대했기 때문이다. 택시를 이용하면 우리가 사업 주도권을 잃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서울시 택시조합에서 대형택시 250대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해 상생 차원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서울시도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처음에 인접한 3개구 안에서만 하라고 했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운영하려던 것도 무조건 12시 이후부터 하라고 했다. 사업 지역과 시간을 제한하는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이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반발 여론이 형성됐고 사업지역 제한이 풀리고 시간도 11시 이후부터 하는 걸로 절충했다. 택시조합에선 대형택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핑계로 차를 늘리지 않았다.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와 현대차 쏠라티였는데, 차종을 좀 저렴한 스타렉스라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에선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안 된다고만 했다.

콜버스 요금을 정하는 부분에서도 규제를 받았다. 요금변경도 사실 자율신고요금제인데 우리가 신고서를 가져가면 갖은 이유를 달아 돌려보냈다. 신고요금제라는 것은 반려할 권한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가 정해놓은 기준이 있어서 요금제를 우리 사업성에 맞게 결정할 수 없었다. 콜택시가 도입됐을 때 부터 서울시 택시조합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에 규제가 끊이질 않았다. 규제가 완화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차량도 오히려 줄어 더이상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돼 올해 4월에 전세버스 대절 예약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

△ 맘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주력 사업을 바꾸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 이대로 폐업하느냐 다른 길을 모색하느냐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콜버스의 비전과 모토가 ‘길을 냅니다’다.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낸다는 의미인 동시에, 어떤 어려운 상황에 빠져도 돌파해 내고 그 길을 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4월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한 것은 우리가 새로운 길을 낸 것이다. 플랫폼 사업은 수요와 공급의 싸움인데 콜버스 사업은 각종 규제 때문에 공급이 부족했다. 지금 우리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전세버스는 1200대 정도이고, 출시 6개월 만에 누적거래액은 12억 원이다. 이번에는 충분한 공급을 바탕으로 수요자(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키워가고 있다. 대형차량을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키워나가는 게 목표다.

△ 최근 정부가 카풀 앱 ‘풀러스’를 불법이라고 규정지으면서 스타트업 전반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

-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법 자체를 특별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스타트업 규제 샌드박스라는 것이 있는데 실효성은 없다. 실제 사업을 열어주고 허용해주는 게 아니라 특정조건에서 실험을 해보는 것인데 실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분명히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이 어떤 요건을 갖춘다면 사업을 한번 해볼 수 있도록 하는 법 체계가 있어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 형식의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포지티브 규제에서는 스타트업이 나오면 부작용을 먼저 생각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격 아니냐. 먼저 시행해보고 후에 선별적인 규제가 들어가면 된다. 네거티브 규제의 특별법을 통해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법 해석과 재량권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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