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사주 매입 전성시대 끝나나…올해 5년 만에 최저 전망

입력 2017-11-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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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경제 호황에 기업들이 설비투자·M&A에 더 많은 돈 지출

▲미국 S&P500기업 분기별 자사주 매입 규모 추이. 단위 10억 달러. 올해 예상치 1250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증시 랠리를 뒷받침해온 미국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춤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P500 기업들이 올해 자사주 매입이 분기당 약 1250억 달러(약 136조 원)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4~2016년 분기별 매입 평균치인 1420억 달러에 못 미치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최근 수년간 인기를 끌었다. 미약한 경제성장에 기업들이 신규 공장 건설 등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가 된 가운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서 주당순이익(EPS)을 늘리기 때문에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에 일부 약세론자들은 미국 증시의 8년 호황이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사주 매입 등에 따른 것이라며 주가 추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이 가속화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 자사주 매입이 줄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기업이 주주 눈치를 보는 대신 적극적인 투자로 돌아선 것이다. 리서치 업체 INTL FC스톤의 빈센트 델루어드 글로벌 거시경제 전략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고 나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보다 투자에 나서는 것이 더 좋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집계하는 경기동향지수는 지난 여름에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6개월간 자본지출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는 의미다.

자사주 매입 둔화에도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올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투자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이 향후 자사주 매입 추세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정부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기업이 해외에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일회성으로 세율을 현재의 35%보다 크게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4년 비슷한 방안이 실행됐을 당시 미국에 송금한 현금 대부분이 자사주 매입에 쓰였다. 그러나 올해 기업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유입된 현금들이 자사주 매입 대신 설비투자나 M&A에 더 많이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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