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파는 도시바, ‘최초 컬러 TV 신화’도 버린다…다음 타자는 PC?

입력 2017-11-15 09:14수정 2017-11-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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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이센스에 TV 사업 매각…한때 세계 1위였던 PC 사업이 다음 대상이 될 듯

경영난에 허덕이는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에 이어 사업 매각을 계속하고 있다. 돈이 안 되는 사업을 전부 매각해 재무 건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TV 사업을 중국 하이센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레그자(REGZA)’ 브랜드로 TV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자회사인 도시바영상솔루션 지분 95%를 하이센스에 약 129억 엔(약 1269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나머지 5% 주식은 도시바가 계속 보유한다. 내년 2월 말 매각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도시바영상솔루션은 지난 3월 마감한 2016 회계연도에 약 118억 엔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를 감안하면 도시바의 매각 세전이익은 총 250억 엔에 이르게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하이센스는 직원 약 780명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며 아오모리 현의 생산기지와 일본 내 판매망도 활용한다. 하이센스는 도시바영상솔루션을 통해 일본에서 레그자 브랜드의 TV 개발 및 판매, 사후관리 서비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소 자회사이자 파산보호 상태인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거액 손실로 심각한 재무난에 빠져 비핵심사업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였던 반도체 메모리마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넘긴 마당에 다른 사업을 손에 쥐고 있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1960년 일본 최초로 컬러 TV를 생산했던 유서 깊은 사업이 중국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이에 세계 최초로 노트북을 개발하는 등 도시바의 간판과도 같았던 PC 사업부가 다음 매각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히라타 마사요시 도시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PC와 TV 사업은 적자 체질에서 벗어나고자 구조조정을 진행해왔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모든 적자 사업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에 대해 해외 법인을 포함해 철저히 구조 개혁을 실시할 계획이다. 철수 여부에 대해서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바영상솔루션은 2016 회계연도에 129억 엔의 영업손실을 봤으며 올해도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돼 7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도시바는 지난 2014년에 전 세계에서 535만 대의 TV를 판매했지만 한국과 중국의 가격 공세에 밀려 현재는 일본 내에서 연간 약 60만 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해외에서는 TV를 직접 판매하는 대신 라이선스 사업으로 축소 전환했다.

도시바는 지난 2015년 분식회계가 발각된 이후 잇따라 주요 사업을 매각했다. 지난해 중국 메이디그룹에 백색가전 사업부를 넘겼으며 성장사업으로 꼽혔던 의료기기 사업은 캐논에 매각했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각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업 매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PC 사업마저 매각되면 도시바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전부 접게 된다.

도시바의 TV 사업 매각으로 일본 핵심 가전산업이 중국계 기업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앞서 파나소닉은 지난 2011년 산요전기 백색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했다.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은 지난해 3월 샤프를 인수했다. 이번에 도시바 TV 사업부를 사들인 하이센스는 샤프의 북미 지역 브랜드 사용권도 갖고 있다. 훙하이는 미국 법원에 하이센스의 샤프 브랜드 사용 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도시바는 지금까지 조연급이었던 엘리베이터와 발전 시스템 등을 주력 사업으로 밀면서 사회 인프라를 축으로 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도 적극 전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재무상태 불안은 둘째치고 이들 사업 중에서도 연간 1000억 엔 매출이 가능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아 도시바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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