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아군도 없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합종연횡 속도

입력 2017-11-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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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합종연횡(合從連衡)’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경쟁 관계였던 기업들이 공동의 경쟁자를 추격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가 하면, 협력관계였던 기업들도 손익이 맞지 않으면 바로 등을 돌린다. 급변하는 반도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헤쳐모이고 있는 셈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4위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이 경쟁사인 3위 업체 퀄컴에 1030억 달러(약 115조 원)의 인수 제안을 내놓은 가운데, 인수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한다면 1, 2위인 인텔과 삼성전자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퀄컴은 13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재무 및 법률 고문과의 협의를 통해 이사회는 브로드컴의 제안이 퀄컴을 과소 평가하고 있다고 결론냈다”고 밝혔다. 인수액이 낮다는 얘기다. 다만 브로드컴 CEO 혹 탄은 인수액을 더 높이는 방안도 고심 중으로 전해진다.

과거 특허 소송전을 벌이는 등 앙숙관계였던 두 회사가 한솥밥을 먹기 위해 협상에 돌입한 것은 자율주행차 등 전장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퀄컴은 무선 통신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리더인데,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업체인 NXP를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한다면 기술력과 덩치를 함께 키울 수 있다.

최근 퀄컴은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인텔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CPU(중앙처리장치) 시장도 함께 공략하기로 했다. 퀄컴이 설계한 서버용 프로세서 반도체를 삼성전자가 10나노 공정으로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 10나노 공정 기반 서버 프로세서인 ‘센트리크 2400’을 출시했다.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삼성전자와 비(非)통신용 반도체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퀄컴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와는 반대로 과거 10여 년간 협력관계였던 퀄컴과 애플은 최근 특허사용료를 놓고 분쟁을 벌이며 앙숙이 됐다. 서로 이익에 맞지 않자 등을 돌린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인텔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사 CPU에 AMD 라데온 그래픽을 합친 노트북용 칩 개발을 발표했다. 인텔이 CPU 시장 경쟁자인 AMD와 손잡고 엔비디아의 노트북 게임 칩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번 합작으로 인텔은 점점 축소되는 PC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AMD는 엔비디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최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일본 도시바 메모리 주식을 2조 엔에 사들이기로 합의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나온다.

이 같은 합종연횡 바람은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흐름의 방증이다. 메모리 사업은 슈퍼호황기가 이어지고 있고, 시스템반도체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ㆍ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로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최근 유례없이 호황”이라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얘기처럼 호황기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업계의 합종연횡 바람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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