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골드, 해외 상장 후 가격 급락… "기술 결함 위험"

입력 2017-10-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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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골드 홈페이지 캡처화면.

가상화폐 비트코인(BTC) 시스템을 복제해 탄생한 '비트코인 골드(BTG)'의 가격이 지난 24일 출범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낮은 기술 수준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향후 가격이 회복될 수 있지 의문이다.

◇가격 하락은 예견될 일 = 비트코인 골드는 비트코인을 채굴 사업자들 중 일부가 독립해 이달 24일 오후 8시께를 기준으로 새로 만든 코인이다.

가상화폐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골드 가격은 출범 후 평균 528.58달러(약 59만 원)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평균 139.98달러(약 15만 원)로 거래되고 있다. 고점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골드의 가격 하락을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으로 말한다. 주류 비트코인을 복제했지만, 관련 업계와 참여자들이 정식 가상화폐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비트코인 캐시(BCH)'를 들 수 있다.

비트코인 캐시도 출범 초기 900달러로 거래됐지만, 현재 330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바 있다.

반면 주류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6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비트코인 두 개로 쪼개졌을 때 주류 비트코인 외의 복제 코인의 가치가 급락한다는 학습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비트코인과 무엇이 다른가 = 비트코인 골드와 비트코인의 결정적 차이는 채굴 기기의 변화다.

채굴은 비트코인의 송금 과정을 중개해 수수료를 받고, 10분 간 중개 활동을 잘한 채굴자가 새로 생성된 코인을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비트코인 거래를 중개는 수학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낸 채굴업자가 기회를 가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학 문제가 어려워지는 것이 특징이며, 일반 컴퓨터로 채굴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까지 난이도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채굴자들은 채굴전용 컴퓨터칩(ASIC·에이직장비)을 도입한 상태다.

비트코인 골드는 채굴에 쓰이는 문제를 전용장비가 아니라 일반 컴퓨터로도 풀어낼 수 있도록 수학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전용 특수장비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일반적으로 고사양의 그래픽카드(VGA)를 갖춘 개인용 컴퓨터(PC)로도 비트코인 골드를 채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채굴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줄어 시스템의 분산이 더 쉽고, 대형 채굴자에 채굴 권력이 집중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각국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에는 조심 = 일각에선 비트코인 골드가 기존 비트코인이 가진 문제의 일부를 해결한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비트코인 골드가 주류 비트코인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 비트코인 골드의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서다.

빗썸, 코인원, 코빗, 코인플러그(CPDAX) 등 국내 주요 4개 거래소는 비트코인 골드가 완벽히 구성된 합의 코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스템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다는 뜻이다.

또 비트코인과 쪼개진 후 구 가상화폐를 구별할 수 있는 설계가 취약하기도 하다.

이를 리플레이 어택(replay attack)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기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골드와 구별하는 시스템 설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악의적 공격에 의해 사용자가 원치않는 입·출금이 이뤄져 자산 손실도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비트코인 골드는 테스트와 감사를 위한 설계가 돼 있지도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도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트코인 골드를 출범한 진영에서 각종 시스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을 요청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내 한 거래소 관계자는 "비트코인 골드는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낮아 상장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 가상화폐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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