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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재팬’은 왜 추락했나
입력 2017-10-17 08:29

일본 대형철강업체 고베제강의 품질 데이터 조작 스캔들로 전 세계 제조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에서부터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고베제강에서 부품을 납품받아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 기업의 완성품 품질에도 물음표가 붙게 될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고베제강의 데이터 조작 스캔들이 그간 쌓아왔던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한 신뢰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고베제강 조작 스캔들은 ‘주식회사 일본’ 제품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최신 사건일 뿐, 앞으로 이러한 조작 스캔들이 더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기업 지배 구조 개선 작업으로 부당 행위가 폭로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계부정에 이어 데이터 조작등 최근 2년 새에 일본 기업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반면교사는커녕 일본 기업의 부정 사건은 왜 계속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이러한 일본 기업 부정의 근본적 원인을 최신 컴플라이언스 표준 준수의 실패에서 찾았다. 또한 컴플라이언스 표준 준수 실패의 원인은 일본 특유의 대기업 문화인 ‘게이레쓰(系列ㆍ계열)’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년간 국제 컴플라이언스 규칙은 더욱 엄격해졌지만, 상당수 일본 기업들이 일본 특유의 대기업 문화인 ‘게이레쓰’에 의존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를 중심으로 거대 기업조직을 운영하는 게이레쓰는 일본 전후(戰後)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으며 일본 기업들은 게이레쓰 관계를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대했다. 내수시장 축소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대응방법을 바꿔야 했지만 이러한 게이레쓰 관행을 놓지 못해 지배구조 개선과 선순환 투자 기회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게이레쓰로 묶인 공급업체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이들 부품 공급업체들의 생산품을 체크하는 데 크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게 된 것. 실제로 최근 닛산자동차는 신차 검사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돼 일본에서 116만 대를 리콜해야 했다. 스즈키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도 연비 테스트 결과 조작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에어백 제조업체 다카타와 도요고무공업, 아사히카세이도 지난 2015년 데이터 조작 사실이 발각돼 논란이 됐다. 도쿄 가스미가세키 법률 사무소의 엔도 모토카쓰 변호사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본 제조업체들은 효율성을 키우기 위해 종종 무리한 생산 할당량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비용까지 절감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저성장·디플레이션이라는 고질병,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성 감소 문제 그리고 아시아 신흥국의 부상 등이 일본 산업계의 조바심을 키운 것도 문제였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미야지마 히데아키 와세다대학 교수는 이러한 일본의 경제적 문제가 기업들의 조바심을 키웠고,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렸다고 꼬집었다. NYT는 게이레쓰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일본 기업 특유의 ‘예스(yes)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사에게 ‘아니오(No)’라고 말하기 어려운 조직 문화가 사내 문제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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